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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국이라고요?”… 천 년 숲길, 걷는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淸潭 2025. 6. 27. 10:47

“이게 한국이라고요?”… 천 년 숲길, 걷는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타임톡타임톡조회 3832025. 6. 27.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천 년의 시간을 느끼다
나무와 나무가 이어준 이야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자림)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았다.” 그 나무 앞에선 누구나 발걸음을 멈춘다. 누군가는 손을 얹고,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 나무가 자란 시간은 최소 500년, 길게는 800년이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수천 그루가 함께다.

제주도 어딘가, 그 오래된 생명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숲이 있다. 그곳에선 공기조차 다르게 흐른다. 향기로, 소리로, 색으로 나무들이 말을 건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기 위해 그 숲을 찾는다.

그리고, 그 숲의 이름은 바로 ‘비자림’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한국관광공사, 비자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에 자리 잡은 비자림은 단순한 자연 휴식처가 아니다.

1993년 8월 1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자나무 군락지로, 500~800년 된 나무 약 2,800그루가 44만8165㎡의 너른 숲에 빽빽이 들어서 있다.

나무의 키는 최대 14m, 지름은 1m가 넘는 것도 있으며, 수관폭은 15m에 달한다.

이곳은 단풍나무, 후박나무 같은 다양한 수종과 더불어 풍란, 흑난초, 비자란 같은 희귀 난과 식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숲의 위용뿐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공간인 셈이다.

숲길 따라 천천히, 오랜 시간과 마주하다

비자림은 단순히 ‘보는 숲’이 아니다. 걷고, 느끼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공간이다. 녹음이 짙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든다. 이 자연의 선물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해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자림)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부모가 된 초보 부부에게도 이 숲은 따뜻하게 길을 내준다.

총 두 가지 산책 코스가 있는데, A코스는 약 2.2km 거리로 평탄한 화산송이 길이라 유모차 이동도 무리 없다. 반면 B코스는 바닥이 조금 거친 돌길로 이뤄져 있다.

두 코스 모두 ‘새 천 년 비자나무’와 나무 두 그루가 하나처럼 엉켜 자란 ‘연리목’이라는 상징적인 포인트를 지난다.

연리목은 연인이나 부부가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긴 세월 나란히 자란 두 나무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영화가 사랑한 풍경,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

비자림은 웅장한 자연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다. 기생화산인 월랑봉,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 부근 경관이 수려해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숲의 아름다움은 카메라 렌즈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비자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눈 아래쪽에서 작고 희귀한 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꽃과 식물의 이름을 알고 싶다면 탐방해설사 프로그램 참여를 추천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무 하나, 풀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다만 해설 프로그램은 사전 문의가 필요하므로 방문 전 반드시 전화 확인(064-710-7912)을 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과 휠체어 대여, 장애인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어 누구나 불편 없이 숲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5시다. 입장료는 일반 3,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는 1,500원이다.

이 숲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침묵 속에서도 숲이 이야기를 건넨다는 점이다.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귀가 열리고, 눈은 더 섬세해진다. 벼락 맞은 흔적이 있는 나무 앞에서는 자연의 위력과 생명의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비자림은 단순한 명소가 아닌, 시간이 깃든 장소다. 오랜 세월을 품은 나무들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오늘 그 길을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