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시 ‘신원사’ 배롱나무)
한여름, 절집이 꽃으로 뒤덮인다는 말을 들으면 쉽게 믿기 어렵지만, 그 장면은 실제로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에 있는 신원사에서 펼쳐진다.
7월 말, 계룡산 자락을 따라 고요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산문을 지나면서부터 점점 달라지는 공기의 결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사람의 숨을 멈추게 만든다.
절 마당을 가득 채운 배롱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틔우며 전각의 지붕과 기와, 돌계단까지 붉고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바람에 꽃잎이 날릴 때면 마치 절 전체에 누군가 일부러 꽃비를 내려준 것처럼 보인다.
이 특별한 장면은 놀랍게도 입장료도, 주차비도 없는 공간에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데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여름의 절경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시 ‘신원사’ 배롱나무)
신원사는 단순히 오래된 절이 아니라, 백제 의자왕 시절 창건되어 오랜 세월 동안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가 치러졌던 공간이며 지금도 중악단이라는 보물급 유산과 함께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으로 장식된 외형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이처럼 절집 곳곳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시간의 깊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직 6월이라 그 화려한 장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장소를 기억해둬야 할 시기다.
여름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단 한 시기에만 열리는 계룡산 신원사의 배롱나무 풍경은 그 자체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다. 절의 고요함, 꽃의 화려함, 역사가 뒤섞인 이 특별한 시간 속으로 신원사로 떠나보자.
신원사
“배롱나무꽃 핀 산사에서 맞는 여름,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뻐요!”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시 ‘신원사’ 배롱나무)
‘신원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신원사동길 1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절은 백제 의자왕이 머물던 시기인 651년에 창건되었으며, 그 자리는 계룡산의 품속이다.
예로부터 이 산은 신령한 기운이 깃든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신원사는 그런 산 아래에서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다. 통일신라 시대 이후로 국가가 주관하는 제사의 장소 중 하나였으며, 그 제사는 단지 불교의식이 아닌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중대한 의례였다.
당시 산천을 대상으로 한 국가는 세 곳의 단을 중심으로 제를 올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원사의 중악단이다.
중악단은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명성황후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단을 세우고 기도를 올렸던 공간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왕실의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져 웅장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시 ‘신원사’ 배롱나무)
이곳은 지금도 매년 계룡산 산신제가 열리는 중요한 제의의 공간이기도 하다. 유가식, 불가식, 무가식이 하나로 융합된 형태의 산신제로, 종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의 제사다.
절 안팎을 둘러싼 자연은 그 자체로 신비롭지만, 이 의례를 통해 더욱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7월 말이 되면 신원사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결로 전환된다. 바로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절 안의 고요한 분위기 위로 꽃의 색이 차오르면, 이는 마치 무채색의 수묵화 위에 농담을 더하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가지마다 매달린 꽃송이들이 절의 돌계단과 처마 끝을 감싸고 절을 찾는 이들의 시선을 자연스레 위로 올려놓는다. 그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이며, 오직 이 시기에만 경험할 수 있는 장관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시 ‘신원사’ 배롱나무)
신원사는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따로 없다. 주요 건물로는 대웅전과 고왕암, 앞서 언급한 중악단이 있다.
자가용으로 접근 시 100대 규모의 승용차 주차 공간과 15대의 대형버스가 머무를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있으며, 주차는 무료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공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310번 버스를 이용하면 되며, 하루 18회 운행된다. 첫차는 오전 6시 40분, 막차는 오후 9시 30분까지다. 관련 문의는 시민교통(041-854-3163)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