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스물네 수[古詩二十四首] / 丁若鏞
다산시문집 제2권 / 시(詩)
천하 본디 아무런 일이 없는데 / 天下本無事
용렬한 사람들이 어지럽혔다나 당 나라 육상(陸象)이 옛날에 한 말이다. / 庸人擾之耳
용 자를 만약 바꿔 재 자로 하면 / 若改庸爲才
그 말은 정말 더욱 논리에 맞아 / 此言尤達理
결승이 또한 이미 흐려놓았고 / 結繩亦已淆
창힐의 글자 창조 기예일 따름 / 造字豈非技
전자 변해 예서와 초서가 되고 / 篆變爲隷草
대쪽책이 변하여 판각을 하자 / 簡變爲鋟梓
책 전함은 날로 편해졌지만 / 壽書日以便
세상 요란 갈수록 교활해졌지 / 擾世日以詭
용무늬 조각하듯 묘한 말재간 / 才辯如雕龍
순진한 백성 본연의 미를 잃는다 / 愚民喪本美
공자님도 기왕에 삭제했거니 / 孔聖旣刪削
어인 일로 진시황 탓한단 말가 / 奚爲罪秦始
노자가 이상 정치 설파했으나 / 老耼談至治
이웃나라 땅에는 왕래 없었지 / 隣國不往來
강줄기에 남북이 갈라졌는데 / 江河限南北
더구나 큰 바다야 말할 게 있나 / 況乃溟海哉
백성 가둠 돼지나 염소 같으니 / 囿民如豚羊
천심이 뒷재앙을 염려해서라 / 天意念後菑
배와 노는 그 누가 만든 것인가 / 舟楫誰所製
이욕의 마음 본디 재물에 있어 / 利心本在財
오랑캐와 어지러이 서로 통하자 / 蠻貊亂相通
재앙문 이로부터 열리고 마니 / 禍門由此開
전쟁이 그칠 때가 있지를 않고 / 兵革無已時
풍속은 날로 이미 무너졌어라 / 風俗日已頹
못난 사람 따져보면 그가 무슨 죄 / 庸人顧何罪
폐단 원인 재주꾼 어찌 아닌가 / 弊源豈非才
연극판에서 연극을 구경하는 자 / 戲場觀戲者
손님 와도 예법을 차리지 않네 / 賓至不爲禮
귀와 눈 한쪽으로 쏠려있기에 / 耳目有所專
본심 행동 언제나 서로 어긋나 / 心用每相觝
박식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마는 / 博識非不善
소홀히 여기는 게 효제에 있네 / 所忽在孝弟
음란의 싹 마음에 자꾸 자라고 / 淫芳積其衷
재주 기운 사지를 움직이므로 / 才燄動四體
공손한 모습 교만에 가리워져서 / 遜貌揜驕矜
문밖으로 나가면 비방이 생겨 / 出門生誹詆
떠도는 말 안개처럼 퍼져나가니 / 浮言如煙霧
은하수를 쏟아도 씻지 못할 판 / 天河不能洗
자식 교훈 마땅히 어떻게 할꼬 / 敎子當何如
제 손으로 편지 쓰면 그걸로 충분 / 僅足通書啓
일곱 별은 저절로 천체를 돌고 / 七曜自旋轉
사계절은 저절로 교대를 하니 / 四時自更代
제아무리 허황한 사람일망정 / 雖微閎妄人
겨우살이 봄 활동 아니 어긋나 / 隩析亦不悖
뛰고 기는 하찮은 곤충도 보라 / 相彼蟲豸族
들어앉고 움직임 절로 이뤄져 / 坯振有誰誨
함부로 하늘 조화 엿보기 위해 / 妄欲窺天造
산대 벌여 초승 그믐 추산만 하니 / 布算推弦晦
이름난 꽃 수분을 얻지 못하고 / 名花受澆壅
기름진 밭 날마다 황폐해지네 / 良田日蕪穢
육경처럼 신기한 성현의 글도 / 六經如奇文
두드리면 감감소식 대답 없다네 / 有叩黙無對
마원이 자기 조카 경계한 편지 / 馬援戒子書
본뜻은 좋지마는 말은 거칠어 / 意善言則粗
남 단점 논의할까 걱정하면서 / 方憂議人短
용백고와 두계량 자신이 평론 / 先議龍與杜
마원이 그 때문에 무너졌거니 / 援也以此敗
말 잘하다 남들의 혐의 불렀네 / 駟舌招嫌怒
남의 흠 잡는 마음 가슴에 남아 / 腸曲留人疵
이 말이 끝내 한번 터져 나왔네 / 此言終一吐
마음 비워 너그럽게 포용한다면 / 曠然推寬怒
범민이 누가 나를 업신여기랴 / 凡民孰予侮
천금 자식 사형을 받지 않는단 / 古人亦有言
옛날 사람 그 또한 말이 있지만 / 千金不死市
돈으로 살아나는 일이 있다면 / 固有金以活
돈 때문에 죽는 일 어찌 없으랴 / 豈無金以死
종놈들 내 재산에 침을 흘리자 / 奴輩利吾財
금곡 신세 마침내 어찌 됐던가 / 金谷竟何似
내가 보니 부잣집 할아버지들 / 吾觀富家翁
늙은 나이 대부분 자식이 없어 / 抵老多無子
밥 있어도 먹을 배 없는 게 걱정 / 有飯患無腹
입 있어도 봉양해 줄 손자가 없네 / 有口患無餌
천하에 완전한 복 없는 법인데 / 天下無純嘏
어리석은 사람들 이 이치 몰라 / 蓬心懵此理
땅 개방 동서남북 자리잡히고 / 地闢廣輪定
세상이 말세기라 인구 불어나 / 世降生齒繁
깊은 산골까지도 호적을 엮어 / 深谷皆編戶
이 세상에 도원은 있지를 않네 / 天下無桃源
애석할사 진 나라 정절 선생은 / 嗟哉靖節公
도원이라 전원을 꿈에 그리어 / 夢想此田園
애써 찾다 마침내 얻지 못하자 / 苦求竟未獲
붓대 잡아 우언을 그려놓았지 / 捉筆寫寓言
그 마음을 조용히 생각해 보면 / 靜言思其心
천년이 지났어도 형제와 같아 / 千載如弟昆
특별하게 뛰어났네 강 승지 어른 / 卓犖姜承旨
맑은 기풍 한세상 흩뿌렸거니 강공(姜公)의 이름은 서(緖)이다. / 淸風洒一世
벌컥벌컥 고래처럼 술을 들이켜 / 痛飮如長鯨
흥건히 취한 채로 세월 보내고 / 沈醉度年歲
곧지 못한 사람을 심히 꾸짖어 / 憤罵不直人
에끼 이놈 뱉은 침 멀리 떨어져 / 咳唾落天際
가정 행실 효우를 돈독히 하고 / 內行篤孝友
굳은 절개 혼자서 갈고 닦았지 / 苦操獨淬礪
인물 향한 명평론 크게 높일 만 / 名論蔚推獎
뉘 감히 원망하여 노려볼 건고 / 疇敢怨傲睨
우매한 자 호랑이 그리다가는 / 愚夫若畫虎
순식간에 큰 죄를 초래할 거야 / 轉眄速大戾
허씨 가문 명사들 많기도 한데 / 許家多名士
관설당은 더더욱 호걸이었지 관설당의 이름은 후(厚)이다. / 觀雪益豪邁
문 닫아 세상 이해 사절하고서 / 杜門謝機栝
조용한 마음으로 주역을 궁리 / 冥心講易卦
원대한 식견 백년의 일을 꿰뚫고 / 遠識照百年
높은 수단 성패를 초월하였지 / 高手超成敗
은거해도 명성은 아니 잠기어 / 跡泯聲不沈
꽃다운 이름 이 나라 넘치었어라 / 流芳滿東界
원한 많이 맺었던 제공들 보라 / 群公厚結怨
이제 보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 於今竟何快
내 옛날 선성 고을 찾아갔을 때 선성은 곧 원주(原州)이다. / 我昔過宣城
우담이라 물위에 배를 띄웠지 / 汎舟愚潭水
강산은 평소대로 변함없으나 / 江山如平生
높은 기풍 까마득 접근 못했네 / 高風邈難企
한 걸음도 산 밖을 나서지 않아 / 一步不出山
세속 떠난 마음은 은사 같지만 / 遐心似隱士
국가 대사 반드시 상소했으니 / 大事必抗疏
나라 위한 충성이 그와 같았네 / 徇國乃如是
시속배 경박하기 과연 어떤고 / 流俗何輕窕
화살 떨어질 곳에 과녁 옮기나 / 遷鵠以迎矢
군자는 바깥 외물 따르지 않고 / 君子不隨物
지키나니 오로지 공정한 이치 / 所操唯公理
존경할 스승 진정 여기 계시니 / 宗師實在玆
백대 후 알아줄 자 나는 기다려 / 百世吾可俟
거룩할사 김삼연 선생께서는 / 偉哉金三淵
청사의 열전에도 아니 부끄러워 삼연의 이름은 창흡(昌翕)이다. / 不愧淸士傳
그 어찌 알았으랴 경상 가문에 / 豈意卿相門
그와 같은 선골이 나타날 줄을 / 忽此仙骨現
벼슬 녹 내던지고 휘파람 불며 / 長嘯蹤軒冕
여기저기 명산을 두루 다녔네 / 游歷名山遍
어쩌다 뜻 맞으면 그냥 머물러 / 適意便止居
미련없이 마음껏 활개를 펴고 / 翩𦒘無係戀
거년엔 골짝 구름에 깃들었다가 / 去年谷雲棲
금년엔 회양목 시내 자리잡았네 / 今年檗溪奠
붓대를 휘갈기면 끝없는 문장 / 縱筆千萬言
안개며 노을빛이 종이 수놓아 / 煙霞落紙面
영광 치욕 모두 다 놀라지 않고 / 寵辱兩不驚
순탄함과 역경에 변함없었네 / 夷險遂無變
세상을 이와 같이 살 수 있다면 / 度世會若此
인생이 번개처럼 빨리 갈 거야 / 人生如飛電
세상을 다스릴 뜻 진지하기는 / 拳拳經世志
나는야 반계옹을 보았을 따름 반계는 유공(柳公)형원(馨遠)이다. / 獨見磻溪翁
은거하여 이윤 관중 흠모했지만 / 深居慕伊管
이름 소문 왕궁과 너무 멀었네 / 名聞遠王宮
큰 강령은 균전법 시행에 있어 / 大綱在均田
천만 개의 그물눈 서로 통했네 / 萬目森相通
정밀한 생각 틈새를 기워가면서 / 精思補罅漏
개조하고 가늠하며 각고의 노력 / 爐錘累苦工
찬란한 군왕 보좌 재목으로서 / 燁燁王佐才
산림 속에 묻히어 늙어 죽으니 / 老死山林中
남기신 글 세상에 가득하건만 / 遺書雖滿世
백성 은택 끼친 공 있지를 않아 / 未有澤民功
문장은 운명 영달 미워한다는 / 文章憎命達
옛사람의 그 말이 그럴 법하다 / 此言蓋其然
동주는 시 대가라 이름난 이로 이공 민구(李公敏求)이다. / 東州號詩雄
비명에다 그 사적 새길 만한데 / 碑銘尤可鐫
늘그막에 비방을 한몸에 받고 / 晩年負謗言
자손까지 아울러 고난 겪었네 / 苗裔且顚連
송곡 이공 서우(李公瑞雨) 은 서당 곧 우통(尤侗) 과 비슷한 이로 / 松谷似西堂
정밀하고 곱기는 우세했건만 / 工緻勝濃姸
불행 곤궁 사후까지 이어졌기에 / 厄窮逮身後
남긴 초고 대부분 전하지 않고 / 草藁多不傳
농암 김공 창협(金公昌協) 은 문장 특히 아름다운데 / 農巖特藻雅
중년에는 슬픔 걱정 얽히었었네 / 中歲悲憂纏
내 비록 구명편을 짓고 싶어도 / 雖欲撰九命
소국이라 뛰어난 이 많지를 않아 왕감주(王弇州) 문집에 문장 구명편(文章九命編)이 있다. / 小國無多賢
하늘이 어진 인재 내려보낼 때 / 皇天生材賢
귀족집만 가리지는 않을 터인데 / 未必揀華冑
어찌하여 가난한 서민 중에는 / 云胡蓽蔀賤
뛰어난 인재 있음 보지 못하나 / 未見有俊茂
아이 낳아 두세 살 어릴 적에는 / 兒生在孩提
미목이 그야말로 수려하지만 / 眉目正森秀
아이 자라 글자를 배우려들면 / 兒長請學書
아비 말이 콩이나 심으려무나 / 翁言且種豆
네가 글을 배워서 어디에 쓰랴 / 汝學書何用
좋은 벼슬 너에겐 주지 않을걸 / 好官不汝授
그 아이 이 말 듣고 기가 꺾여서 / 兒聞色沮喪
이로부터 고루해져 생각하기를 / 自玆安孤陋
애오라지 이자돈 불려나가면 / 聊殖子母錢
중간 정도 부자야 이루렷다나 / 庶幾致中富
이리하여 나라에 인재는 적고 / 邦國少英華
부귀한 집 갈수록 앞으로 달려 / 高門日馳驟
부귀한 가문에서 아이가 나면 / 兒生在高門
낳자마자 당장에 귀한 몸 되어 / 落地便貴骨
두세 살에 사람 매도 가르침 받고 / 孩提敎罵人
총각 때는 벌써부터 거만부리니 / 總角已傲兀
아첨꾼들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 諛客如浮雲
행전 버선 매주며 하는 말들이 / 帣韝親結襪
더 편히 누워 있고 일어나지 마소 / 且臥勿早起
당신 행여 병환들까 걱정이 되오 / 恐子病患發
문장 역사 공부야 애쓰지 마소 / 毋苦績文史
나중에 고관대작 절로 생기오 / 自然有簪笏
그 아이 장성하면 과연 출세해 / 兒長果登揚
말을 타고 대궐로 들어가는데 / 騎馬入東闕
달리는 말 나는 용과 같아서 / 馬走如飛龍
네 다리가 하나도 꺾이지 않아 / 四足無一蹶
인삼 본디 산속의 풀이지마는 / 人蔘本山草
지금에는 밭에서 심어 가꾸니 / 今人種園圃
자라난 건 사람 손 빌린 거지만 / 生成雖藉人
본성 또한 사람 몸 보양코말고 / 天性亦滋補
닭과 오리 서로가 귀천 다른데 / 鷄鶩異貴賤
한자리에 어울려 수모를 받네 / 狎暱蓋受侮
하늘을 찌를 듯이 드높은 산도 / 崇山摩穹蒼
인삼을 기르는 건 한줌 흙일 뿐 / 所養一拳土
대지의 정기 양분 충만하거니 / 大塊蒸精液
인가 마을 텃밭만 빠뜨릴 리가 / 詎獨遺村塢
오곡도 온갖 풀에 뒤섞였다가 / 五穀混百草
세월 흘러 인간이 심은 것인걸 / 世降爲人樹
대궐에 어진 인재 버려두고서 / 臺省遺材賢
산림에서 우매한 사람 찾누나 / 山林訪愚魯
그 빛깔도 푸르른 오렵송나무 / 蒼蒼五鬣松
재질 좋아 꺾이지 아니하는데 / 膩密不受摧
동국 사람 측백이라 이름 부르며 / 東人呼作柏
내버려 쓸모없는 재목 되었네 널을 짜는 용도로는 쓰지 않는다. / 棄捐爲散材
뭇사람 거짓말이 본질 가린 것 / 群誣蔽實美
대중 의혹 그 누가 깨우쳐 줄꼬 / 衆惑誰能開
옛사람 측백나무 아니 중시해 / 古人不重柏
솔 심을 만하다고 말했을 따름 / 但云松可栽
솔 놓아두고 따로 솔을 구하면 / 舍松別求松
어디 가서 소나무 얻을 것인가 / 安往得松哉
위상 같은 인물도 법망에 걸려 / 魏尙遭文法
염파 이목 별다른 인재들이랴 / 頗牧豈異才
석회는 물 뿌려야 불이 붙고요 / 石灰澆則焚
옻칠은 습해야만 물기가 말라 / 漆汁濕乃乾
물질 성질 상식과 다름 있는데 / 物性有反常
그 원리 어찌 능히 알 수 있으랴 / 詎能窮其端
벼슬 녹봉 사람들 원한 것이지만 / 爵祿人所戀
지사는 관대 또한 벗어던지니 / 志士猶挂冠
욕심꾼 그걸 보고 의아스러워 / 貪夫望之疑
밤새도록 잠자리 편치 않네 / 終夜睡不安
각기 다 본성대로 돌아갈 따름 / 亦各還其天
제물이란 예부터 어렵게 여겨 / 齊物古所難
재주를 지녔으면 덕이 있어도 / 有才雖有德
재승덕한 자라고 항상 말하니 / 每云才勝德
만약에 재주와 덕 전혀 없다면 / 才德苟全無
이런 말은 반드시 듣지 않으리 / 此名未必得
재주란 그야말로 비방의 근원 / 才乃謗之根
사람 몸에 있어선 해충과 같아 / 於身若蟊蠈
우선 재주 없는 게 최고 복이고 / 無才爲太上
있더라도 숨기는 게 차선책이니 / 其次務晦匿
숨길 때는 장물처럼 깊이 숨겨야 / 匿才須如贓
드러나면 당장에 도적이라네 / 贓露便爲賊
어허, 옛날 소동파 이로 인하여 / 生子願愚魯
낳은 자식 미련하길 원했었다네 / 嗟哉有蘇軾
농가에 보리곡식 익기도 전에 / 農家麥未登
농사 지을 식량을 걱정하누나 / 農糧費商量
본디 식량 위하여 농사짓는데 / 本爲糧作農
반대로 농사 위해 식량을 걱정 / 還爲農憂糧
짓고 먹고 먹고 짓고 그 짓에 매여 / 循環互爲根
자꾸만 끌려가다 늙어버리네 / 携汝至耄荒
농사가 사람 천성을 어찌 기르랴 / 農豈養性者
그걸로 빈 창자를 채우면 그뿐 / 諒亦以充腸
사람이 천지간에 한번 태어나 / 人生天地間
이렇다면 의미 너무 없지 않은가 / 無乃太倀倀
천하에 터무니없는 남자라면 / 天下妄男子
나는야 모기령 보았고말고 / 我見毛奇齡
자기 보루 드높이 쌓아올리고 / 突兀起壁壘
주자님 마주 대해 활을 당기네 / 關弓對考亭
샅샅이 찾고 뒤져 흠 하나 잡아 / 窮搜摘一疵
이리저리 뛰는 게 원숭이 같다 / 踊躍如猴耄挺
마음 고르고 말도 공손해야지 / 平心遜其詞
자기는 경전 얘기 하질 않았나 / 獨不能談經
왕개미가 큰 나무 흔들어 본들 / 蚍蜉撼大樹
잎사귀 하나라도 떨어질쏘냐 / 一葉何曾零
일본 땅에 명유들 많이 있지만 / 日本多名儒
애석할손 바른 학문 보지 못했네 / 正學嗟未見
이등은 옛 좋아한단 칭찬을 받고 / 伊藤稱好古
적씨는 사람 더욱 현혹하더니 / 荻氏益鼓煸
그들이 끼친 영향 신양에 미쳐 / 流波及信陽
간특한 말 경전을 어지럽혔네 / 詖淫亂經卷
오곡맛은 애당초 맛도 못 보고 / 五穀未始嘗
돌피씨만 이미 두루 뿌려 놓았네 / 稗稊種已遍
아슬아슬 올바른 정주의 맥은 / 危哉洛閩脈
계림이라 이 땅에 한 가닥 남아 / 鷄林亦一線
어허, 세상의 운수 이런 꼴이라 / 世運噫如此
깊은 밤에 나홀로 잠 못 이루네 / 中夜獨轉輾
이등씨의 이름은 유정(維禎)이고 적씨는 자세하지 않다. 신양은 태재(太宰) 순(純)인데 《논어고훈외전(論語古訓外傳)》을 저술하였다.
씩씩하고 꿋꿋한 저 고정림 이름은 염무(炎武)이다. / 矯矯顧亭林
그 홀로 명 나라의 유민이로세 / 獨作明遺民
식견 넓어 역사를 줄줄 말할 제 / 貫串譚前史
온화하여 사람 현혹 아니한다네 / 雍容不眩人
군현제의 논리도 정하고 깊어 / 精深郡縣論
원대한 계책 특히 뛰어났어라 / 遠猷特超倫
그 법이 만약 혹시 시행된다면 / 此法苟見施
천추에 그 사랑을 끼치게 되리 / 千載有遺仁
군현론은 대체로 봉건론과 상반된 것이다.
목재 비록 대단한 인물이지만 / 牧齋雖鉅工
편파적인 논조가 많았고말고 / 議論多偏陂
두 인사의 공로를 선양했지만 / 鋪張二士功
그들이 왜군 하나 본 적이 있나 / 何嘗見一倭
제독은 하는 일 없이 돌아다녔고 이여송(李如松)이다. / 提督固逍遙
심씨 실로 거짓말 만들었는데 심유경(沈惟敬)이다. / 沈子實興訛
외국까지 참소하고 모함을 하니 / 讒誣乃外國
편당 짓는 너희들 어쩔 수 없네 / 黨比柰汝何
[주-D001] 결승 :
글자가 없었던 상곳적에 새끼를 매듭지어 그 모양과 수로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을 말한다.
[주-D002] 종놈들 …… 됐던가 :
금곡은 중국 하남(河南) 낙양시(洛陽市) 서북쪽에 있는 땅 이름인데, 진 무제(晉武帝) 때 부자 석숭(石崇)이 그곳에 호화로운 별장을 만들어 놓고 호사를 누렸다 하여 그를 가리킨다. 자기의 애첩 녹주(綠珠)를 달라는 권신 손수(孫秀)의 요구를 거절한 일로 그의 모함에 걸려 처자 등 일족 15인과 함께 처형되었는데, 처형되기 위해 수레에 실려 동시(東市)로 나갈 때 한탄하기를 “종놈들이 내 재산을 탐낸 것이다.” 하자, 압송해가는 사람이 대답하기를 “재산이 해를 끼치는 줄 알았으면 어찌 일찌감치 분산시키지 않았는가.” 하였다 한다. 《晉書 卷33》
[주-D003] 우담이라 …… 띄웠지 :
우담은 숙종 때의 인물인 정시한(丁時翰)의 호이다. 그의 자는 군익(君翊), 본관은 나주(羅州), 언황(彦璜)의 아들로 강원도 원주에 은거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다. 한때 진선(進善)으로 있으면서 기사환국(己巳換局) 때 인현왕후(仁顯王后)를 폐위시킨 일을 잘못이라고 상소했다가 삭직되었고, 1696년 희빈(禧嬪) 장씨(張氏)의 강호(降號)를 반대하는 상소를 하기도 하였다. 우담에 배를 띄웠다는 것은 다산이 그가 살았던 유허를 찾아갔다는 뜻이다.
[주-D004] 위상 …… 인재들이랴 :
위상은 한(漢) 나라 괴리(槐里) 사람으로 문제(文帝) 때 운중 태수(雲中太守)로 있으면서 개인 재산을 털어 군사들을 보살피고 흉노(匈奴)의 침입을 저지하는 등 정사를 잘하였으나, 조정에 전적을 보고하는 문서에 적군의 수급을 벤 숫자가 6명이 틀리다는 이유로 벼슬을 삭탈하고 1년간의 도형(徒刑)에 처해졌다가 풍당(馮唐)의 간청으로 풀려나 다시 운중 태수가 되었다. 염파(廉頗)와 이목(李牧)은 다 전국시대 조(趙) 나라의 명장인데, 풍당이 문제에게 위상을 풀어주라고 간하기에 앞서 문제가 “내가 염파와 이목을 얻어 내 장수로 삼지 못한 것이 애석하다. 그랬더라면 내가 어찌 흉노를 걱정할 일이 있겠는가.” 하자, 풍당이 지금 위상 같은 인물도 제대로 부려 쓰지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뜻으로 대답하기를 “폐하께서는 비록 염파와 이목을 얻었더라도 능히 쓰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여기서는 다산이 당시 조정 안에 뛰어난 인재가 있는데도 몰라보고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는 뜻으로 인용한 것이다. 《史記 卷102 馮唐傳》
[주-D005] 제물 :
장자(莊子)의 논리로서 옳고 그름, 저쪽과 이쪽, 남과 나, 단명과 장수가 서로 구별이 없이 하나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주-D006] 모기령 :
청 나라 절강(浙江) 소산(蕭山) 사람으로 자는 대가(大可)이다. 음률(音律)에 밝고 많은 책을 섭렵하였으며 경학에 조예가 깊다고 자부하였으나 남을 공격하길 좋아하여 딴 사람이 이미 말해놓은 것은 반드시 논박하였다. 2백 34권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주-D007] 목재 :
명 나라 전겸익(錢謙益)의 호이다. 만력(萬歷) 때 진사에 급제하여 예부 시랑을 지냈고 당시에 문장가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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