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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예술작품…행복한 평촌 산책

淸潭 2007. 11. 2. 09:30

 

동네마다 예술작품…행복한 평촌 산책

 

 

태국 작가 리크리트 티라비니자의 작품 '티 하우스'.
경기도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 작은 매점 옆에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집이 한 채 들어서 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하다. 실제로 한 놀던 아이가 “엄마 큰 일 났어요. 집이 쓰러질 것 같아요. 경찰에 신고해야 돼요”라며 전화를 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놀라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산책을 나선 어른들도 멀리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와 한참씩 뜯어보곤 한다. 이 집뿐만이 아니다. 요즘 안양은 온통 ‘낯선 것’들 투성이다. 시청사 앞마당에는 UFO(미확인비행물체)가 비스듬히 꽂혀 있고, 도로 중앙분리대 공동 환기구는 강렬한 색의 ‘에너지 박스’로 변신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 휑하니 비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잠망경 벤치가 들어섰고, 아파트 단지 보도엔 무지갯빛 색유리 터널이 새로 생겼다. 이 가을 평촌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글=객원기자 조은영·최경애 사진=프리랜서 김경록



 평촌 시민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고 있는 신기한 설치품들은 모두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7(APAP2007)’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총 46점. 기간은 18일까지지만 프로젝트가 끝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출품작 대부분(37점)이 영구적으로 평촌에 전시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에만 예술품을 설치했다 철거하는 기존의 ‘반짝 행사’들과 다른 점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기간만 1년 반. 국내외의 여러 작가들은 평촌을 방문해 자신의 작품을 설치한 장소의 지역적 특징을 꼼꼼히 살폈다. 전시회를 빛낼 작품이 아니라 거리의 일부가 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눈 밝은 시민들은 이미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 안양공공예술재단 코디네이터 심혜화씨는 “따로 미술관에 갈 시간을 낼 필요가 없어졌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곧 전시회 관람이 됐다. 아이들과 산책 나온 부모들이 작품 앞에 멈춰 서서 나름대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관람은 어디서 시작해도 좋다. 다만 가족 나들이를 겸한다면 공원을 중심으로 방향을 잡는 편이 적당하다. 평촌로와 시민로를 축으로 중앙공원, 평촌공원, 학운공원의 작품들을 골라보면 된다.



 우선, 평촌공원. UFO가 비상 착륙한 듯 보이는 시청사 앞마당도 앞마당이지만, 시의회 건물과 평촌도서관 등 공공건물이 확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의회 청사의 둥근 벽면은 사람 눈 모양을 한 원형 기구들로 장식돼 있다. 밤이면 LED 조명까지 반짝이는데, 이는 시의회의 역할을 상징한다. 평촌도서관 앞 자전거 거치대도 새롭게 변신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모양새를 벗고 이용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자전거를 세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중앙공원 설치물들은 아이디어가 빛난다. 앞서 말한 기울어진 집의 내부는 동양의 전통적인 다실을 닮았다. 그래서 작품명도 ‘티하우스’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검은 빙산 파빌리온은 그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공원의 익숙한 풍경을 낯설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중앙공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하나는 모던하고 깔끔한 모양의 공중전화 부스. 센서가 있어서 근처에 다가서면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수화기를 들어보자.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따뜻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평촌 주민인 성우 배한성씨의 목소리다.

 마지막으로 학운공원. 아파트 단지와 공원을 잇는 육교도 작품이다. 대량복제품 같은 일반 육교와 달리 입체적인 오브제들로 장식돼 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색상의 구조물로 연결된 키오스크가 눈에 들어온다. 산책하느라 뻑뻑해진 다리를 잠시 쉬어가기 딱 좋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랜 기간에 걸친 생태 복원 작업으로 한층 깨끗해진 학의천이 마주 보인다. 학의천 건너편엔 17개의 그림문자 타워가 세워져 있는데 어두워지면 조명도 들어온다. 덕분에 학의천변의 밤 풍경이 신비롭게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