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티끌 먼지

淸潭 2025. 4. 27. 12:20

티끌 먼지

청음집 제9 / 조천록(朝天錄) / 김상헌(金尙憲)

 

연 땅에는 모래 바람 자주 부는데 / 燕地饒風沙

비 안 오는 가을날을 맞은 데이랴 / 況逢秋不雨

흩날리며 사방 들판 퍼지더니만 / 簸揚振四野

그득하게 온 구토에 꽉 차는구나 / 澒洞彌九土

해와 달은 운행 궤도 어그러지고 / 日月錯行度

하늘과 땅 온통 모두 흐릿해졌네 / 乾坤迷仰俯

강수 하수 맑고 탁함 뒤섞여지고 / 江河混淸濁

산악 모습 바라볼 수 없게 되었네 / 山嶽失觀覩

풀과 나무는 꽃과 잎새 더러워지고 / 草木翳花葉

새와 짐승은 털과 깃의 색깔 변했네 / 鳥獸變毛羽

깁 초롱은 누와 대에 격하여지고 / 籠紗隔樓臺

짙은 안개 촌마을에 내려 덮었네 / 漲霧埋村塢

진나라 가려다가 초나라 가겠고 / 之秦誤適楚

대산 위에 올라가도 노 땅 안 뵈네 / 登岱不見魯

갑작스레 일 땐 포위하는 것 같고 / 驟起若合圍

흩날린 땐 아양 떠는 것과도 같네 / 輕飛如媚

온갖 사물 모두 광채 잃어버리고 / 百物盡無光

만 생물들 다 똑같이 고통 당하네 / 萬類同受苦

천왕께서 섬돌 위에 나와 임하고 / 天王臨軒墀

대정에는 문무 신하 모두 모이매 / 大庭集文武

떠다니다 보의 위에 내려 뒤덮고 / 浮游蒙黼

흩어져서 잠조 위를 가리는구나 / 散漫欺簪組

관원들 다 허둥지둥 모이어 들고 / 驅馳衣冠會

아전들 다 내달리며 바삐 모이네 / 奔走吏胥聚

수레 뒤를 따라가며 자취 없애고 / 隨車沒軌轍

책상 위에 쌓여 문서 찍어 누르네 / 堆案壓文簿

누 시계를 맡은 관원 시각 아뢸 때 / 漏司奏時刻

자오조차 분간 능히 하지 못하고 / 未能分子午

장군들은 호령 내려 명령 발할 때 / 軍師發號令

깃발과 북 알아볼 수 없게 하누나 / 不得認旗鼓

변경에선 척후 보는 일을 파하고 / 邊上罷瞭望

행진할 땐 대오 온통 엉클어지네 / 行間亂部伍

논밭에선 밭 갈기를 집어치우고 / 壟畝輟耦耕

시전에선 장사꾼들 문 아니 여네 / 市廛伏商賈

나무꾼은 산이 어디 있나를 묻고 / 樵夫問山林

어부들은 배 댈 포구 못 알아보네 / 漁子疑洲浦

서생들은 붓과 벼루 팽개쳐 둔 채 / 書生閣筆硏

전주함에 훈고하길 중지하였고 / 箋註停訓詁

베를 짜던 여인네는 베틀 내린 채 / 紅婦下機杼

날줄 씨줄 걸린 실을 찾지 못하네 / 經緯暗絲縷

귀가 밝은 사광의 귀 막히었으니 / 師曠塞其聰

무슨 수로 악보 따라 연주를 하며 / 何由理樂譜

눈이 밝은 이루의 눈 흐려졌으니 / 離婁視不明

무슨 수로 정조 알아 분변하리오 / 曷因辨精粗

튕긴 먹줄 흐릿하여 아니 보이매 / 糢糊繩墨內

목수들은 규구 재는 거를 폐했네 / 梓匠廢規矩

귀협 사이 가득하게 쌓이었으매 / 塡委龜

점을 칠 때 종횡조차 틀려지누나 / 卜算謬橫豎

거울에다 예쁨 추함 비추어 보매 / 懸鑑照姸

희미하여 취사조차 할 수가 없네 / 熹微昧舍取

저울대를 들고 경중 헤아려 보나 / 持衡稱輕重

작은 눈금 숫자는 잘 보이지 않네 / 銖兩眩三五

주석에선 술동이에 수건 덮어서 / 酒席尊罍

목이 마른 사람들도 술 못 마시고 / 人渴不酌酤

기연에선 비단 자락 더럽혀져서 / 伎筵涴紈素

밀실에다 노래와 춤 감추어 뒀네 / 密室藏歌舞

들 뒤덮자 노루 사슴 크게 놀라서 / 蔽野麋鹿驚

무턱대고 길 가다가 쇠뇌에 맞고 / 冥行觸弓弩

물에 앉자 물고기들 미혹되어서 / 落水魚鼈惑

어지러이 그물 안에 걸리어드네 / 亂擲投網罟

늙은 말은 길 잃고서 거꾸로 가다 / 老馬反失道

길 막히어 담장 아래 기대어 있네 / 跼促依墻堵

밝은 본성 그 역시도 미혹되어서 / 慧性亦被迷

말 잘하던 앵무새도 입 다물었네 / 能言噤鸚鵡

어둑하여 한낮에도 초저녁 같아 / 窈冥晝如晦

수수에서 신하들은 임금 잃었네 / 睢水臣失主

양쪽 군사 서로 간에 보지 못하여 / 兩軍不相見

사막에서 오랑캐 쪽 향하여 가네 / 沙漠縱犇虜

찌끼 되어 옥로장에 뒤섞이고 / 泥渾玉露漿

먼지 되어 용근포를 더럽히어서 / 屑穢龍根脯

네 노인네 귤나무의 숲 속에 숨고 / 四老隱橘中

뭇 신선들 현포로다 피해 나가네 / 群仙避玄圃

한비는 막 비단 버선 아까운 맘에 / 漢妃惜羅襪

교호 걸어 잠그고서 깊이 숨었고 / 淵居鎖鮫戶

소녀는 또 옥과 같은 자태 거두어 / 素女斂玉姿

도로 백수 물 향하여 되돌아갔네 / 還歸白水滸

그런데도 나는 이런 때를 당하여 / 而我當此時

들판에서 미고편의 시를 읊누나 / 原隰賦靡盬

어찌하면 무홍 부채 펴서 막으며 / 障茂弘扇

무슨 수로 영서 총채 잡고서 털랴 / 那把靈犀

정신과 맘 온통 흐려 몽롱해지고 / 精神頓濛

눈과 귀는 안 보이고 아니 들리네 / 耳目等聾瞽

누런 먼지 수척해진 얼굴에 앉고 / 黃入瘦容

검은 먼지 바짝 마른 배에 쌓이네 / 埃墨積枯肚

때 긁히어 머리 감고 싶은 맘 들고 / 爬垢頭思沐

침 삼킴에 토하고픈 마음 생기네 / 嚥津舌欲吐

답답스런 기운 더욱 심하여지고 / 鬱鬱氣益痞

깊고 깊은 병은 더욱 낫기 어렵네 / 沈沈病難愈

사람들을 소생되게 해야만 하고 / 橫目汔可蘇

하늘 맘이 한번 크게 노할 만하니 / 天心庶一怒

은하수의 물결 끌어 흩뿌리고서 / 浥傾銀漢波

부상 나무 묶어 만든 비를 가지고 / 箒倒扶桑樹

육합이 다 맑아지게 깨끗이 쓸어 / 汛掃六合淸

온 천하에 고루 은혜 흠뻑 적시리 / 湛恩均率普

천구에 또다시 밝은 해가 비추면 / 天衢再照晰

만 리 길에 터럭조차 셀 수 있으리 / 萬里毫可數

아니면 또 서역 나라 불법을 배워 / 不然學西佛

흐르는 물 길어 뱃속 씻어낸 다음 / 流泉洗臟腑

영원토록 이 더러운 속세 벗어나 / 永辭濁穢鄕

청도부를 향해 길이 떠나가리라 / 長往淸都府

 

[-D001] 구토(九土) :

구주(九州)의 땅으로 중국 전체를 말하는데, 전하여 천하를 말한다.

[-D002] 보의() :

고대에 제왕이 앉는 자리의 뒤쪽에 설치한 병풍이다. 윗부분에 도끼 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므로 보의라고 하였다.

[-D003] 잠조(簪組) :

관잠(冠簪)과 관대(冠帶), 벼슬아치들이 입는 관복을 뜻한다.

[-D004] 자오(子午) :

한낮과 한밤중을 말한다.

[-D005] 전주(箋注) :

주석(註釋)을 달고 문의(文義)를 적는 것을 말한다.

[-D006] 사광(師曠) :

춘추 시대 진()나라의 악사(樂師)인데, 귀가 아주 밝아서 음을 잘 들을 수가 있었다. 후대에는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의 대명사로 쓰인다.

[-D007] 이루(離婁) :

옛날에 눈이 밝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D008] 규구(規矩) :

걸음쇠와 곡척(曲尺)을 말하는데, 모두 목수가 사용하는 도구이다.

[-D009] 귀협(龜莢) :

귀책(龜策)과 같은 말로, 점을 치는 데 사용하는 귀갑(龜甲)과 시초(蓍草)를 말한다. 길흉을 판단하기 위하여 거북 껍질을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을 복()이라 하고 시초를 사용하여 점을 치는 것을 서()라고 한다.

[-D010] 수수(睢水)에서 …… 잃었네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패공(沛公)으로 있을 적에 항우(項羽)와 더불어 수수에서 싸우다가 군사가 전멸할 정도로 패해 죽게 되었는데, 때마침 강가의 모래가 날려 사방을 분간하지 못하는 틈을 타 겨우 탈출해 나중에 패업을 이룰 수가 있었다.

[-D011] 옥로장(玉露漿) :

옥이슬을 가지고 만든 장물로, 전하여 아주 좋은 술을 뜻한다.

[-D012] 용근포(龍根脯) …… 숨고 :

용근(龍根)으로 만든 포이다. 《현괴록(玄怪錄)》에옛날에 파공()에 사는 어떤 사람이 귤원(橘園)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서리가 내린 뒤에 두 개의 큰 귤이 남아 있었는데, 매 귤마다 두 노인네가 있었다. 한 노인네가내가 배가 고프니 용근포를 먹어야겠다.’ 하고는 소매 속에서 풀뿌리 하나를 꺼내어 먹은 다음, 물을 뿜어내자 그 물이 용으로 화하였다. 이에 네 노인이 함께 타고서 어디론가 날아갔다.” 하였다.

[-D013] 현포(玄圃) :

전설 속에 나오는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다고 하는 신선이 사는 곳인데, 그 속에는 기화 요초와 기석(奇石)이 있다고 한다.

[-D014] 한비(漢妃) …… 숨었고 :

한비는 본래 복희씨(伏羲氏)의 딸로 낙수(洛水)에 익사하여 수신(水神)이 되었다고 하는 복비(宓妃)를 가리킨다. 교호(鮫戶)는 아름다운 구슬을 가지고 만든 집으로 수궁(水宮)을 말한다. 삼국 시대 조식(曹植)이 낙수 가에서 자신의 옛날 정인이었던 견비(甄妃)를 그리워하면서 읊은 낙신부(洛神賦)물결 위를 사뿐하게 걸어오매, 비단 버선에서는 먼지가 인다.〔凌波微步 羅襪生塵〕하였다.

[-D015] 소녀(素女) …… 되돌아갔네 :

소녀는 전설 속에 나오는 소라의 요정이다. 《술이기(述異記)》에옛날에 진안군(晉安郡)에 사단(謝端)이라는 서생이 살았는데, 성품이 몹시 개결하여 성색(聲色)에 물들지 않았다. 일찍이 바닷가에서 파도를 보고 있다가 하나의 큰 소라를 얻었는데, 그 소라를 깨어 보니 속에 미녀가 들어 있었는데 말하기를, ‘나는 은하수 속의 백수(白水)에 살고 있는 소녀(素女)인데, 천제께서 그대가 순수하고 바른 것을 어여삐 여겨 나를 보내어 그대의 부인이 되게 했다.’ 하였다.”라고 하였다.

[-D016] 미고편(靡盬篇) :

《시경》 소아(小雅) 녹명지십(鹿鳴之什)의 사모편(四牡篇)을 말하는데, 이 시는 신하가 멀리 외국이나 외방에 사명을 띠고 나가 직무에 힘쓰고 자기의 수고로움은 돌아볼 겨를이 없음을 읊은 시로, “왕사를 견고히 해야만 하는지라, 편안히 거처할 겨를이 없도다.〔王事靡盬 不遑啓處〕하였다.

[-D017] 무홍(茂弘) 부채 :

무홍은 동진(東晉) 때 사람인 왕도(王導)의 자()이다. 동진 성제(成帝)의 장인인 유량(庾亮)이 서쪽의 지방관으로 있으면서도 조정의 권력을 주무르자, 왕도가 불쾌하게 생각하여 서풍이 불면 그때마다 부채를 들어 바람을 막으며 말하기를원규(元規 : 유량의 자)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히려 하는구나.” 하였다. 《晉書 卷86 王導傳》

[-D018] 영서(靈犀) 총채 :

벽진서(辟塵犀)의 뿔로 자루를 만든 먼지떨이를 말한다. 《술이기》에벽진서라고 하는 바다 짐승이 있는데, 이 짐승의 뿔을 불에 태우면 먼지가 날아오는 것을 막을 수가 있으며, 이 뿔을 자리 위에 놓아두면 먼지가 내려앉지 않고, 부녀자들이 이 뿔로 빗을 만들어 머리를 빗으면 머리에 먼지가 앉지 않는다고 한다.” 하였다.

[-D019] 부상(扶桑) :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나무 이름이다.

[-D020] 육합(六合) :

육합은 우주의 거대한 공간으로 천지사방을 뜻한다.

[-D021] 천구(天衢) :

넓고 평탄한 길로, 임금이 있는 도성의 길을 말한다.

[-D022] 청도부(淸都府) :

전설 속에 나오는 천제(天帝)가 사는 궁궐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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