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습니다. 벚꽃은 꽃비가 되어 아스라이 지고 있지만, 봄의 향기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는 지금, 봄의 끝자락에서 또 다른 절정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연분홍 진달래가 산자락을 붉히는 천주산, 철새는 떠났지만 신록과 물빛이 어우러지는 주남저수지, 드라마 속 명소로 떠오른 ‘우영우 팽나무’까지.
자연과 이야기, 그리고 계절의 기운이 어우러진 이곳은 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분들께 더없이 좋은 여행지입니다.
천주산 산행

천주산은 의창구와 함안군 칠원읍에 걸쳐 있는 산으로, 해발 638.8m의 비교적 부담 없는 높이지만, 정상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진달래 군락지 덕분에 매년 수많은 봄 산행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천주암과 달천계곡에서 출발해 천주산 누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약 1시간 내외로 정상 용지봉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길 중간마다 만남의 광장, 전망대, 군락지 등 주요 포인트가 있으며, 특히 연분홍 물결로 덮인 진달래 군락지는 이른 아침 햇살과 어우러져 황홀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산만과 창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마금산온천과 주남저수지도 조망됩니다.
주남저수지

천주산 아래 동읍에 위치한 주남저수지는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잘 알려졌지만, 봄에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냅니다. 따뜻한 햇살 속에서 신록이 돋아나고, 남은 오리류 텃새들이 조용히 물 위를 누비며 봄의 평온함을 더해줍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저수지 둘레길을 산책하면, 바쁘게 지나친 계절을 다시 한번 천천히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저수지를 넘어, 홍수 조절과 농업·공업용수 공급의 중요한 역할도 함께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인 만큼, 방문객들에게도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주남저수지의 둘레길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선물합니다.
우영우 팽나무

북면 동부마을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극 중 ‘소덕동 팽나무’로 등장한 이 나무는 실제로 수령 약 500년, 높이 16m, 둘레 6.8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입니다.
드라마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이자 천연기념물로 등장했지만, 현실에서도 이 팽나무는 경남 지역에서 손꼽히는 노거수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는 단 3그루뿐이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우영우 팽나무’입니다.
조용한 마을 뒷산, 독뫼산에 자리한 이 나무 앞에 서면, 단순한 나무가 아닌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희망이 한데 얽힌 상징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