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유수사(流水辭)

淸潭 2025. 1. 4. 17:17

유수사(流水辭)

 

이색(李穡)

 

물은 오직 아래로만 흘러 / 水之趨兮惟下

백 번 꺾여도 그냥 내리네 / 日百折兮不舍

바다에 들지 않곤 어느 웅덩이엔들 멈추리 / 不入于海兮何科之停

웅덩이를 채우고는 나아가니 / 盈必進兮

누가 그 멍에를 풀어 쉬게 할꼬 / 誰稅其駕

길가 구덩이에 고인 물도 근원이 없지 아니하여 / 彼行潦之靡不源兮

한 여름 비에 위력을 뽐내나니 / 尙逞威於大雨之炎夏也

금방 말라질 듯하다가 곧 이어지니 / 勢暫似兮旋踵

어리석은 자에 자랑할 만하네 / 猶足夸於鄙者也

우물을 쳐 깨끗이 한 물을 내 어이 먹지 않으랴 / 吾寧不食於井之渫兮

하늘의 해와 별이 거꾸로 비쳤구나 / 大虛日星之倒寫也

더러운 잡물이 안 섞인 물을 / 矧雜穢之不

왜 쳐 내며 왜 쏟아버릴꼬 / 夫何滌而何瀉也

막다른 항구에 항행치 마소 / 毋航斷港兮

막힐까 두려워하네 / 恐其窒也

약수를 밟지 마소 / 毋踵弱水兮

빠질까 두렵네 / 恐其溺也

이에 종장(終章)으로 이르노니 / 迺從而亂之曰

 

천성이 하나인데 선ㆍ악이 어찌나 상대되나 / 性一兮淑慝之胡形

재주는 하나인데 취하고 버림에 걸리누나 / 才一兮取舍之是嬰

시냇물 샘물은 졸졸 / 澗泉之幽幽

강과 바다는 출렁출렁 / 江海之冥冥

내 그 가운데 노래하니 / 我歌其中兮

귀밑 털 희끗희끗 / 鬢毛之星星

천 년 뒤에 오는 사람 / 千載有人兮

귀 있거든 들으소 / 有耳其聆

 

[-C001] () :

()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D001] 웅덩이를 …… 나아가니 :

물은 웅덩이에 찬 뒤에 나아간다[盈科而後進]. ()는 구덩이[]의 뜻. 《맹자》

[-D002] 누가 …… 할꼬 :

달리는 말의 멍에를 풀어 쉬게 함. “사물이 극하면 쇠하나니, 나는 멍에를 풀 바를 모르노라[物極則衰 吾未知所稅駕也].” 《사기》

[-D003] 우물을 …… [井渫] :

우물이 이미 준설(浚渫). 스스로 몸가짐을 깨끗이 함의 비유. ()은 더럽고 흐린 것을 쳐 버려 깨끗이 함이다. 《주역》 정괘(井卦)깨끗한 우물 물 먹지 않으니 마음 슬프다[井渫不食 爲我心惻].” 하였다.

[-D004] 약수(弱水) :

부력(浮力)이 약하여 새 털도 가라앉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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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국에 사신 떠나는 정몽주(鄭夢周 字는 達可)를 보내며[東方辭]

 

이색(李穡)

 

저 동방에 임금 있어 / 詹東方之有君兮

태고로부터 자존했네 / 肇大始以自尊也

그 사람들이 의와 인을 숭상하고 / 其人佩義而服仁兮

기는 세차고 말은 온순했었네 / 厥氣勁而詞溫也

그러나 그 뒤 세도가 변천하매 / 越世道之升降兮

강렬만을 숭상하여 / 尙剛烈而專門也

걸핏하면 목숨 버림이 / 其輕生而敢死兮

북궁유(北宮黝)로도 못 비길지라 / 何北宮黝之足言也

주말 전국을 본뜬 풍속 / 倣周季之戰國兮

오싹 소름이 끼치고 간담을 서늘케 하네 / 凜凜乎使人毛竪而驚魂也

던져 주는 밥 먹지 않고, 눈 흘김도 원수를 갚아 / 嗟來不食兮睚眦必報

아비와 형도 모르거니 자식ㆍ손자 아랑곳할까 / 上忘父兄兮下忘後昆也

하물며 처자와 하인들을 / 矧妻孥與輿臺兮

보기를 개돼지만도 못하고 / 視之不啻犬豚也

이 몸이 시어져도 / 蓋此身兮澌盡

이름만은 남긴다네 / 羌名譽兮求存也

선비는 죽일지언정 / 士可殺

욕되게는 못할것이요 / 不可辱兮

의관으로 욕 다함은 나라의 치욕이로세 / 辱衣冠痛在國也

이렇듯 백성을 가다듬어 풍습을 길렀으니 / 劘于民而陶俗兮

그들로선 그럴듯한 일, 무엇을 책할쏘냐. / 亦其宜而何責也

사물이 극하면 반드시 변하는 법 / 極而罔有不變兮

예양의 풍속이 혹 금시 이뤄질 듯 / 揖讓或在於旦夕也

중국의 의관은 몇 번이나 제도가 바뀌었으나 / 中華衣冠之幾更制兮

우리는 아직 옛날 그대로이네 / 我迺猶夫古昔也

천하 만국이 모두 서로 교통하건만 / 舟車所至之必通兮

우리는 아직 문턱을 넘은 일도 없네 / 我迺足不踰閾也

해 뜨는 곳의 천자가 / 日出處之天子兮

부상 땅에 터전을 잡았도다 / 奄宅扶桑之域也

원래 만물이 자라고 큼은 / 惟萬物之生育兮

동풍이 따스하게 불어 주는 때문이요 / 迺谷風之習習也

온 누리를 환하게 내리비춤은 / 惟下土之照臨兮

저 햇님이 혁혁히 떠 있음이라 / 迺陽烏之赫赫也

이 두 가지가 나오는 고장은 / 之二者之所出兮

과연 천하 무적의 나라이건만 / 信天下之無敵也

어쩌다 군흉들이 틈타 내달아 / 胡群兇之竊發兮

지금껏 저렇게 창궐하였는가 / 至于今其猖獗也

악명을 천하에 뿌리고 죄가 이미 극도에 이르니 / 播惡名於天下而旣稔兮

지사ㆍ인인들이 모두 동방을 위하여 애석히 여기네 / 志士仁人莫不爲東方惜也

이는 천하의 전쟁을 불러 일으킬 징조 / 是將動天下之兵端兮

의심 없으니 점칠 것도 없네 / 不疑又何卜也

볼과 턱뼈는 서로 의지하는 것 / 輔車相依兮

우와 괵이 거울이요 / 是監

초나라가 잔나비를 잃으면 화가 온 수풀에 미치는 법 / 楚國亡猿兮禍林木也

교빙을 하면서도 진정으로 하잖으면 / 旣交聘兮或不以情

위에 계신 신명이 정직히 감찰하시리 / 上有神明兮司正直也

이제 그 권이 그대에게 있으니 / 今其權兮有所在

그대는 음식을 부디 삼가고 / 子其愼兮飮食也

일상 생활에 생각을 줄이세 / 少思慮兮興居

건강을 보전하여 그 직책을 다하소 / 保厥躬兮供厥職也

서투른 나의 글이 필력이 쇠했으니 / 謇予詞兮筆力衰

말은 끝났어도 뜻은 그지없사외다 / 言有盡兮意無極也

 

[-C001] () :

()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D001] 저 동방에 …… 자존(自尊)했네 :

일본 고대의 군주(君主)가 그 지리적 특수성에 의하여 자존이 세었다.

[-D002] 북궁유(北宮黝) :

전국 시대의 역사(力士)로 남에게 지지 않고 임금 찌르기를 거지 찌르듯 하던 자.

[-D003] 던져 …… 않고 :

()나라 검오(黔敖)는 흉년에 밥을 지어서 길가에 왕래하는 굶주린 사람을 먹이는데 어느 한 사람이 굶주려서 기운 없이 오는 것을 보고, “아아, 불쌍하다. 와서 먹어라.” 하니, 그 사람은, “나는, ‘불쌍하다, 먹어라하는 밥을 먹지 않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하면서 먹지 않았다.

[-D004] 해 뜨는 곳의 천자 :

일본이 수()나라에 보낸 맨처음 국서(國書), “해 돋는 나라의 천자가 해 지는 나라의 천자에게 보내는 글[日出處天子 奇書日沒處天子].”라 해서 수나라 황제가 불쾌히 여겼다. 《수서(隋書)

[-D005] 부상(扶桑) :

동방 신목(神木) 이름. ()하여 일본을 가리킨다. “양곡(暘谷)에 부상이 있으니 열 해[]가 멱감는 곳이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동경(海外東徑) “부상은 푸른 바다 가운데 있으니 키가 몇천 길, 천여 아름인데 해 뜨는 곳이다.” 《십주기(十洲記)

[-D006] [] …… :

()는 협보(頰輔) 곧 볼, ()는 아거(牙車) 곧 아래턱뼈, 서로 의지하고 돕는 관계. 《좌전》희공(僖公) 5년에, “속담에 이른바, ‘꼴과 턱뼈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차다.’는 말을 우()와 괵()을 두고 이름이다.” 하였다.

[-D007] () …… 거울이요 :

춘추(春秋) 때에 진후(晉侯)가 우()에게 길을 빌어 괵()을 멸하고 나서 군사를 돌이켜 오는 길에 또 우를 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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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송사(自訟辭)

 

이색(李穡)

 

네 몸집이 작고 못 생겨 / 汝之軀矮而陋兮

남이 보면 금방 넘어질 듯 하다네 / 人視之若將仆也

시력이 짧고 귀가 어두우니 / 視旣短而聽又瑩兮

사람의 소리 나면 좌우로 돌아본다 / 中人聲而左右顧也

놀란 사슴이 저자에 들어가듯 / 駭鹿之入于市兮

누가 벗하여 상종하리 / 孰肯從而相友

잠깐 모여서 친우가 되어도 / 雖幸聚而乍成懽兮

돌아서면 금방 욕지거리 / 背焉而旋詬

폐부의 고기를 내어 좋아하재도 / 出肺腑肉以求可兮

다른 데로 획 달려 만날 수도 없고 / 藐異馳而莫之遇

부드러운 얼굴, 달콤한 말로 / 柔爾顔兮甘爾言

진정을 쏟아 연해 토하여도 / 瀉眞情之繼吐

마치 북으로 가는 수레로 초를 가는 듯 / 猶北轅而適楚兮

누가 내 화살에 촉이 되며 깃이 되리 / 夫誰鏃而誰羽

근심ㆍ설움을 어느 곳에 하소연하랴 / 舒憂娛悲之何所兮

넓고도 넓은 망망한 하늘뿐 / 豁茫茫其天宇

정다운 친지들도 흩어져서 / 惟情親之乖離兮

저녁 구름, 봄나무 아득하네 / 杳暮雲而春樹

천지 사이에 이내 몸 두고 보니 / 觀吾身於霄壤兮

아홉 마리 소의 털 하나인 듯 / 吹毛一於牛九

누가 나를 그 대열에 끼워줄는지 / 疇其置齒牙閒兮

그것을 알 수 없네 / 抑難知其所否

나의 덕이 잡되지는 않았는가 / 豈予德之回譎兮

내딴에 순일함을 품고 있는데 / 予則懷其純一也

혹 나의 행실이 심히 괴벽함인가 / 豈予行之奇邪兮

내딴엔 정직하다고 보는데 / 予則視其正直也

혹 나의 말이 간사함인가 / 豈予言之訐詐兮

나는 성실을 숭상하는데 / 予則師其悃

혹 나의 학이 거칠은 건가 / 豈予學之鹵莾兮

나로서는 극치에 이른 것인데 / 予則底于其極也

혹 나의 정사가 흠이 많은가 / 豈予政之多疵兮

나는 승묵을 꼬박꼬박 따르는데 / 予則蹈夫繩墨也

오직 나는 허둥지둥 낭패하여서 / 惟吾之顚頓狼狽兮

외곬으로 선을 주장할 줄 모르는 것 뿐 / 莫知主善之克一也

하나만 고집하고 타협 모르면 / 夫惟一之罔知恊兮

금수와 무엇이 다르리 / 禽獸之歸而何擇

인인이 나를 사람으로 치지 않음이 마땅하건만 / 宜仁人之不齒兮

속여 사는 건 곧 적이네 / 罔之生也是敵

어찌 일찍 반성치 아니했던가 / 胡反觀之不蚤兮

하나님 환히 내려 보시네 / 上帝臨之而赫赫也

올바르게 예를 지켜서 / 其循循而蹈禮兮

지척도 어김 없으리 / 則不違於咫尺也

죄를 알아 사과를 하면 / 引罪辜以謝過兮

누가 지난 일을 다시 책하랴 / 孰旣往之追責

나를 칭찬한들 어찌 기뻐하며 / 貸予褒兮何欣

나를 훼방한들 어찌 두려워하랴 / 附予兮何

백관의 반열 속에 조용히 서서 / 雍容袍笏之班兮

이것저것 모르고서 임금의 법을 순종하려네 / 不識不知而順帝之則也

 

[-C001] () :

()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D001] 자송(自訟) :

자책(自責)과 같은 뜻으로 지금 말로 자기 고발의 뜻. “제 허물을 능히 보고 안으로 스스로 송사하는 자를 내가 보지 못하였노라.” 《論語》

[-D002] 정다운 …… 아득하네 :

멀리 갈려진 친우를 그리워하는 말이다. 두보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시에, “위북(渭北)엔 봄철나무, 강동(江東)엔 저녁구름[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이라 하였다.

[-D003] 승묵(繩墨) :

대목이 나무를 바로잡는 먹줄인데, 사람의 행동하는 바를 준칙에 비유한 것이다.

[-D004] 속여 사는 건 :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사람의 삶은 정직한데, 속여 사는 것은 요행히 면할 뿐이다.” 하였다.

[-D005] 이것저것 …… 순종하려네 :

나도 몰래 하늘 법을 순종함[不識不知 順帝之則]. 하늘이 분부한 양심대로 행하면 스스로 하늘[]의 법칙에 맞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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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애 추석사(哀 秋夕辭)

 

이숭인(李崇仁)

 

가을 저녁이 처참하여 / 哀秋夕之慘悽兮

풍우가 몰아쳐 캄캄하네 / 風雨颯其晦冥

깊은 시름을 품고 잠깐 조느라니 / 懷沈憂以假寐兮

내 혼이 둥둥 위로 올라갔네 / 聇聇其上征

허공을 가리키며 황홀하여 / 指虛無以恍忽兮

구불구불 길이 있는 듯 하였네 / 若有路乎紆縈

문득 저 하늘에 오르니 / 忽焉升彼蒼兮

옥황님 계신 대궐 엄연했네 / 儼玉皇之高居

네 문을 활짝 열고 오라는데 / 門四闢以招徠兮

그 누가 뒷걸음치며 주저하랴 / 孰云却步而趑趄

내가 들어가 꿇어앉아 말씀아뢰니 / 入余跪而陳辭兮

옥황님 낯빛이 부드럽네 / 皇爲之色敷腴

내가 여쭈오되, “하토의 미신이 / 曰下土之微臣兮

맺힌 마음 펼 길이 없사오이다 / 結猶未得信

전에 제가 강보를 겨우 면해서부터 / 曩余僅免襁褓兮

반드시 옛 사람을 스승삼아 몸이 죽는 한이 있어도 인을 이루라는 / 動必師乎古之人殺身以成仁

중니의 수훈과 / 惟仲尼之垂訓兮

지사는 시궁창에 죽을 것을 잊지 말라는 / 志士不忘在溝壑兮

(공자)의 말씀, 맹자가 되새겼기에 / 子輿味夫斯言

차라리 힘 부조하여 중도에서 죽을지언정 / 寧力不足而或斃兮

정성스레 마음으로 지켜왔소 / 羌佩服以拳拳

충군과 애국에 뜻으로 오로지 / 忠君與愛國兮

딴 생각이 없었사온데 / 志專專其靡佗

어쩌다 시속 인심이 저리도 험하여서 / 何時俗之險

곡학과 사심으로 / 學曲而心阿

저를 보기 도마 위의 고기같이 / 視余猶机上臠兮

침 삼키고 이를 가나이까 / 旣鼓吻又磨牙

저 아첨ㆍ중상배 들의 우쭐댐은 / 彼讒諛之得志兮

예로부터 남의 나라를 망치는 것 / 自昔匈人國也

만 번 죽은들 제 무슨 후회있으련마는 / 雖萬死余無悔兮

이 뜻이 안 나타남이 두렵사와 / 恐此志之不白也

가끔 높이 올라 멀리 바라보오니 / 時陟高以瞰遠兮

이 길 버리고 어디를 가오리이까 / 余舍此而安適

어질디 어지신 옥황님 덕으로 / 惟皇德之孔仁兮

저를 이 육침(陸沈 물없이 육지가 그대로 침몰된 것)에서 건져 주옵소서 / 拯余乎陸之沈

눈물이 비처럼 섞여 내리고 / 涕洟交以雨滂兮

가슴이 메어 조아리니 / 謇心噎而欽欽

옥황님이 나의 충곡을 어여삐 여기사 / 皇愍余之深衷兮

오너라, 너 내 말을 듣거라 / 徠爾聽我辭

학문의 도 귀한 것은 / 所貴學之道兮

변통하고 추이한 줄 아는 것 / 能變通而推移

해가 중천에 왔다간 기울게 마련 / 日中則昃兮

달도 차면 이지러지나니 / 月盈而虧

천도도 오래 일정하지 않거니 / 天道亦不可久常兮

인사 어찌 안 그러하리 / 在人事其何疑

세상이 모남을 미워하는데 / 世旣惡夫方兮

네 어찌 궁글게 하지 못하며 / 爾何惜乎爲圓

세상이 백을 숭상하는데 / 世旣尙夫白兮

네 어이 홀로 현을 지키는가 / 爾胡獨守此玄

너의 조난을 불쌍히 여긴다며는 / 我哀爾之遭罹兮

그것은 또한 너의 탓 / 亦惟爾之故也

위험을 떠나 편안하려면 / 欲去危以就安兮

네 길을 돌림이 어떠할꼬 / 盍反爾之道也

내가 묵묵히 물러나 곰곰 생각하니 / 余默退而靜思兮

옥황님의 은혜가 망극하되 / 皇恩之罔極也

나의 첫 마음은 고칠 수 없는 것 / 竊不敢改余之初服兮

일생을 곤궁에 마치리라 / 固長終乎窮阨

나보다 천 년 전 앞서 난 분과 / 前余生之千古兮

뒤에 올 사람들 무궁하네 / 其在後者無窮

내 뜻은 맹세코 못 돌리리니 / 矢余志之不廻兮

옛날 사람 우러르며 몸 닦으리 / 仰前脩而飭躬

온 세상 뭇 사람들 나를 모르니 / 世貿貿莫我知兮

이 글을 지어 스스로 위로하네 / 庶憑辭以自通

 

[-C001] () :

()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D001] 몸이 …… 이루라 :

공자가 말하기를,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생을 구하기 위하여 인()을 해함이 없고, 몸을 죽여 인을 이룸이 있다[志士仁人 無求生而害仁 有殺身以成仁]” 하였다. 《논어》

[-D002] 지사(志士) …… 잊지 말라 :

지사는 구렁에 있음을 잊지 않음[志士不忘在溝壑]. 이것도 공자의 말인데, 맹자가 인용하였다. 언제나 몸이 곤궁하다가 죽어서 구렁에 던져질 것을 각오하고 지조를 지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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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절동(浙東) 겹사안(士安)에게[思美人辭]

 

정몽주(鄭夢周)

 

옥 같은 임을 생각하니 / 思美人兮如

푸른 바다 사이에 두고 밝은 달 함께 했네 / 隔蒼海兮共明月

망망한 구주(九州 중국)를 바라보니 / 顧茫茫兮九州

늑대가 길을 막고 용이 들에서 싸우네 / 豺狼當道兮龍野戰

내 말을 부상에 매었노니 / 紲余馬兮扶桑

어느때 함께 잔치에 놀리 / 悵何時兮與遊讌

그대는 예로 나아가며 의로 물러서고 / 進以兮退以義

신과 홀에 화잠을 꽂았네 / 搢紳笏兮戴華

한 번 만나 내 뜻을 말하고 싶은데 / 願一見兮道余意

그대는 어이 강남에 멀리 / 君何爲兮江之南

 

[-C001] () :

()도 아니요, 산문(散文)도 아니면서 운문(韻文)이다. 말하자면 시와 병려문(騈儷文)의 중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와 비슷하나, 사가 음절(音節)과 정서(情緖)를 위주로 한데 대하여, 부는 서술(敍述)을 위주로 한 점이 다르다.

[-D001] 사미인(思美人) :

그리운 사람의 뜻. 한문학의 미인은 군주(君主)의 뜻 외에 일반적으로 현인(賢人), 군자(君子), 애인 등을 통칭하는데, 우리말의 임에 해당한다.

[-D002] 용이 들에서 싸우네 :

용이 들에서 싸움[龍野戰]. 《주역》에용이 들에서 싸우니 그 피가 검고 누르도다[龍戰于野 其血玄黃].” 하였는데, 여기서는 군웅(群雄)이 일어나 천하를 쟁탈(爭奪)한다는 뜻이다.

[-D003] ()과 홀() :

()은 큰 띠. 사대부(士大夫)의 상징이고, 홀은 옛날에 왕과 고관(高官)이 손에 쥐던 작은 판[천자는 옥으로, 제후(諸侯)는 상아(象牙), 대부는 대[]로 만들었음]. 할 말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홀()에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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