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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시월령
淸潭
2023. 11. 8. 08:21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시월령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도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 아람 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울하고 외양간도 떼적치고
깍지동 묶어 세고 과동시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 옷 지었느냐
술빚고 떡 하여라 강신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 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 차례 틀릴세라 남녀 분별 각각하소
삼현 한패 얻어오니 화랑이 줄무지라
북치고 피리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풍헌 김첨지는 잔말 끝에 취도하고
최권농 강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진지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덕인고
천은도 그지없고 국은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을 면하도다
향약은 못하여도 동헌이야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마소
사람의 자식 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 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 길러내어 남혼 여가 필하오면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진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드려
행여나 병나실까 밤낮으로 잊지 마소
고까우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중거려 대답말고 화기로 풀어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 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것내것 계교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하리
행신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상하분의 존비가 현격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 볼까
일년의 환자 신역 그 무엇 많다 할꼬
한전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하니
소출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 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 줄여 탕감하리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를 거납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이 거생하여
신의를 아니하면 화복은 어이할꼬
혼인 대사 부조하고 상장 우환 보살피며
수화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한 이 용심 내어 시비 말고
그 중에 환과고독 자별히 구휼하소
제각각 정한 분복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어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가면 잡생각 아니 나리
주색잡기 하는 사람 초두부터 그리할까
우연히 그릇 들어 한번하고 두번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녀들 조심하여 작은 허물 짓지 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