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디수첩` 제작진 "방송 중단에도 편집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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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황우석 사태`. 31일 700회를 맞은 MBC `피디(PD)수첩`이 황우석 사태 1년만에 생생한 제작 후기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 따르면 줄기세포 취재는 우연한 제보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피디수첩 15주년 특집 방송에서 최 피디는 “피디수첩은 능력이 모자라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압력 때문에 피해 간 적은 없었다”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제보자는 방송에서 그 말을 듣고 제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 또한 제보를 믿을 수 없었다. 황우석편을 연출한 한학수 피디는 “나 또한 황 교수를 존경했고 국가적인 영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제보자가 미친 사람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믿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취재를 거듭할수록 제보는 신빙성을 더해 갔다.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었다. 여기다 황 교수팀에게 줄기세포를 얻어 DNA검사에서 줄기세포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제작진의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
한 피디는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영웅으로 믿는 황 교수가 단 한 개의 줄기세포도 없이 이렇게 세계를 향해서 사기를 쳤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참을 수가 없어 그날 밤 잠을 못 이뤘다”고 털어놓았다.
제작진은 고민 끝에 진실을 밝히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2005년 11월 22일, 피디수첩은 황우석 연구팀의 난자 입수 의혹을 먼저 보도했다.
그 방송으로 피디수첩은 엄청난 역풍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한 방송이 제작진의 강압적 취재를 문제 삼으면서 피디수첩은 방송 자체가 중단됐다. 피디수첩 뿐 아니라 MBC 역시 국민적 저항에 맞딱뜨려야 했다.
당시 피디수첩 팀장이었던 최승호 피디는 “나는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우리 팀은 이런 정도의 중대한 진실은 밝혀야만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고, 한국 사회는 그런 것을 해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증상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때 한 때 절망했다"며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했다.
사과와 함께 방송이 중단됐지만 몇몇 제작진은 진실에 희망을 걸고 편집 작업을 계속했다.
황우석편을 취재했던 김현기 피디는 “방송이 중단되고 팀장, 한학수 피디는 취재 윤리 문제로 징계를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편집을 내가 계속 했다”며 “언제라도 방송이 나갈 수 있게 테잎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고 밝혔다.
피디수첩의 중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난자의혹을 전한 20여일 후인 12월 15일, 피디수첩은 특집 방송을 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특집 방송의 제목은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였다.
김현기 피디는 당시 녹화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스튜디오가 정말 쥐 죽은 듯이 조용했어요. 아무도 소리도 못 내고 레코딩되는 소리만 나고...”
그 후 피디수첩은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2006. 1.3), ‘황우석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1.10), ‘생명과학 위기를 넘어’(1.17)을 통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던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모두 알렸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여전히 후유증은 남아 있다.
손석희 교수(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연구 결과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분들이나 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은 똑같다”며 “그렇다면 피디수첩이 사실 규명에 이제까지 나섰다면 그런 상처의 치유에도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모현 피디 또한 방송을 통해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방송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데 때론 가혹한 대가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더 큰 깨달음은 진실이야말로 피디수첩이 추구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피디수첩은 700회 특집 2편으로 7일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기회의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문제를 ‘돈’이라는 화두로 분석하는 ‘대한민국, 돈공화국’을 방영한다.
(사진=1.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밝힌 2005년 12월 15일자 뉴스데스크 2. 방송 중단 후 재개한 피디수첩 녹화 모습)[TV리포트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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