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힘겨루는 일을 겪으며 산다. 넓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국가 간의 힘겨루기와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정당 싸움, 좁게는 동네 조폭들의 상권을 둘러싼 영역 다툼이다.
‘아티카를 놓고 겨루는 포세이돈과 아테나’ (1512년, 패널에 유채, 드레스덴 구 거장 미술관 소장)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땅을 놓고 싸우는 신이 아테나와 포세이돈이다. 올림포스 신들은 포세이돈의 영향력을 바다에 제한하려 했다. 포세이돈은 어쨌든 육지 일부라도 자신이 지배하기를 원했다. 포세이돈은 바다의 지배권을 차지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당시 지중해 아티카라는 해안도시의 케크롭스 왕이 ‘올림포스의 열두 신 중 한 명을 섬기면 도시가 더 번성하게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신들은 자신의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를 놓고 경쟁했다. 케크롭스가 누구를 섬길까 고민하자 아티카 시민들은 포세이돈이 다스렸으면 했다. 케크롭스는 지혜로운 아테나 여신을 섬기고 싶어했다.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이 도시의 지배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자 제우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제우스는 누가 더 도시에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지에 따라 승패를 가리도록 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땅을 세게 내리쳐 아티카에 필요한 샘을 만들었다. 포세이돈이 만든 샘은 사람들에게 필요했지만 독창성이 없었다. 바다의 신이기 때문에 샘물이 짰다. 반면 아테나 여신은 아티카에 기적의 나무인 올리브를 선물했다. 아티카 시민들은 기름을 짤 수 있고, 더운 날씨에는 그늘을 제공하는 올리브나무를 선물한 아테나 여신을 수호신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아테네는 보답으로 여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르테논신전을 바쳤다.
아테나 여신과 포세이돈의 싸움을 그린 작품이 벤베누토 티시(1481~1559)의 ‘아티카를 놓고 겨루는 포세이돈과 아테나’다. 화면 중앙 삼지창을 바위에 꽂고 포세이돈이 무릎을 굽힌 채 아테나 여신을 바라보고 있다. 발아래 투구와 창은 아테나 여신의 상징물이다. 손가락으로 포세이돈의 머리를 가리키고 있다.
삼지창과 발아래 돌고래는 포세이돈을 상징한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있는 자세는 싸움에서 졌음을 의미한다. 아테나 여신의 손가락이 포세이돈의 머리를 가리키는 건 포세이돈이 생각 없이 힘만 썼음을 암시한다. 포세이돈의 주름진 이마와 붉어진 뺨은 싸움에서 패배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세력이 확대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영역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싸움만 잘한다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참신한 지혜가 필요하고 대중의 호응도 중요하다.
[출처] 아테나와 포세이돈, 지혜가 가른 승패|작성자 새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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