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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너지는 소리 /김동길

淸潭 2020. 6. 12. 11:00

미국이 무너지는 소리

북미합중국이라는 화려하고 민첩하고 믿음직하던 큰 건물의 대들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19라는 이름의 망령이 자유의 여신상이 오른 손에 잡고 있는 횃불 앞에 꼼짝하지 못해야 마땅한데 이 난국에 대처하는 미국의 자세는 선진국들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한다는 악평을 받기도 한다. 미국의 의료계가 이런 비상 사태에 대처할 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미국의 체면이 무엇인가.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니애폴리스의 한 경찰관의 만행이 고스란히 TV에 비춰지면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생각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분개하고 있다. 백인 경찰관은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리하게 제압하고 있고 당하는 흑인은 숨을 못 쉬겠다(I can’t breathe)”라고 몇 번이나 호소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했고 몇 분 후 조지는 목숨을 잃어 시민들의 의심과 분노를 크게 불러 일으켰다. 미국 50주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벌써 보름이 넘도록 사람들이 모여들어 날마다 시위를 하고 있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화는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사실 이 경찰은 그 이전에도 유독 흑인에게만 무리한 과잉 진압을 해왔던 악명 높은 경관이었다고 하는데 백인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인도 사람인데 사람의 목숨이 강아지만도 못한다는 말인가. 주변만 보아도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강아지를 사람보다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문제는 대통령 트럼프의 의식구조에 있는 것이다. 그는 누가 봐도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뉴욕 타임즈의 통계에 의하면 대통령이 되어서 트럼프가 내뱉은 거짓말이 2만 개는 된다고 하니 미국의 국민도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 뻔하고 이번 일로 트럼프의 리더쉽에 크게 반기를 들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다. 미국의 국민도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미국이 다시 주도권을 장악하는 날이 올 것인가.

 

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