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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추석달이 밝아오네유

淸潭 2018. 9. 19. 10:00

아부지 추석달이 밝아오네유

       

아부지 올해두 어김 없이 추석이 왔네유

달이 무척 밝네유. 바라보면 눈이시려 눈물이 날듯 너무 나 밝은 달이네유

그동안 안녕 하셨지유?

한여름 모질게 무더위가 지치지도 않고 버티다가

제풀에 돌아갔네유

아부지 살아 계실때 온 동네를 울리던 농악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부지 너털 웃음 소리는 들리는 듯...해유

그래두 아부지 그 시절이 좋았어유..아부지 슬하에서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그시절이..

털털 거리는 버스타구 아부지 지키고 계신 고향으로 갈때는 마음이 설레구 행복이 무언가를 알았었는데

지가 아부지가 된 지금 추석이 돌아왔어도 그렇게 행복 하지가 않네유

무엇이던 다 넘쳐나는 시상 이 지만 가슴은 늘 빈들 같고 마음은 언제나 허전 하네유

아부지도 그러 하셨나유? 나이 들고 고물고물 커가는 저희들 바라 보시며 저눔들 어찌 살까? 걱정이 크셨지유?

언젠가 추석때 아부지 계시는 고향에 내려가 아부지 랑 같이 누웠을때 아부지는 이렇게 말씀 하셨지유

"늙으면 다리가 무겁단다"

제가 일어나 아부지 다리를 번쩍들고 "뭐가 무거워유...가벼운데.." 라고 말했지유

아부지.. 이제 알았네유 아부지가 나이들어 힘이 부쳐 당신이 걸어 다니실때 발걸음이 무겁다 하시는 것을..지가 지금 그렇네유..아부지 말씀하시던 것 처럼 근력이 부치네유

이번 추석 송편과 맛보고 싶은 음식은 큰 마트에서 살것이고 이번엔 애들사는 곳으로 올라 가려 하네유

애들 고생 시키지 말구 시간이 널널한 우리가 가기루 했네유

들녘 누런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메뚜기 한창 이던 그 늘판의 기억은 사라져 없네유

세상이 많이 변하여 추석이 되어도 이름만 추석일뿐 이웃간에 웃음을 잃고 인심은 각박해 아부지 시절의 추석이 아니네유

달이 밝게 오르면 동네가 하나로 되어 꿩 깃털단 "농자 천하지 대본" 이라쓴 큰 깃대를 앞세우고 괭가리, 징, 북, 새납, 상모를 돌리던 그 아저씨의 신명나는 어깨 춤이 보이는 듯 하네유. 공회당 마당에 차려진 안줏상과 술단지..그리고 신명나게 웃고 행복해 하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 없네유

이제 농악 놀이도 일부 지역 축제 마당 에 가야 볼수 있다네유

아부지 아무리 어떤 말로도 다 하지 못할 평안은 아부지 슬하에 안겨 살때가 제일 행복했다 생각하네유

이리도 인생이 빨리 흘러갈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덧 지가 아부지 나이가 되어 이렇게 흐린 눈으로 아부지를 찾네유

대청 마루에 차례상을 펴놓고 여러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큰 절로 조상님들께 예를 다하던 시절이 사라진듯 이젠 마음 속 으로만 아부지 엄니를 만나 네유

아부지 엄니 영댁은 몇일전 가서 풀 을 깍고 주변을 다듬고 왔지만 그것 도 힘에 부쳐 얼마나 더 하게 될지 마음 이 무겁네유. 벌초를 하고와 몇일 을 몸살로 누워 있었네유

어무이 는 대문 밖에서 신작로에 먼지풀풀 내며 지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우리를 기다리시고 아부지 는 사랑 툇마루 에 앉아 긴 장죽으로 공연히 재털이 에 털으시고 소리내지 않으시며 우리를 기다리신 거 다 알어유

"바쁜가부지 뭐..올때 되면 어련히 올라구..." 하시며 조바심 내시는 엄니 를 타박 하셨지유? 아부지도 기다리시면서..

엄니는 이렇게 말하셨지유 "많이 바쁜가?차를 타지 못했나? 어디 아픈건 아닌가?"

그 흔한 전화기도 없던 시절 엄니의 맘이 보이는 듯 하네유

 

추석은 매냥 고향을 향한 설렘을 만들고 우린 그냥 고향 이라는 말 만 들어도 마음이 들떴지유

요즘은 시절이 좋아 모두 다 달력 에 붉은 글씨가 연속으로 이어진 것을 좋아해 고향이 아닌 외국 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하네유

세상 참 좋아 졌네유. 아부지 살아 계실때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세상을 뒤덮고 사람사는 모양도 많이 달라졌네유

아부지... 아부지....아부지....왜 이렇게 아부지가 보고 싶은지 추석달이 휘영청 창으로 스며들어 더 그런 것같아유. 살 만 할때는 간절하지 않던 아부지 얼굴이 나라 살림이 팍팍해 져서 우리사는 살림살이 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 아부지가 더 생각이 나는 거 아닌가 해유..죄송해유.. 마음이 무거울 때만 찾는 아부지 는 그래두 늘 깊은 곳에서 저를 지켜 주셨고 마음의 지지대 가 되어 주셨기에 오늘 달빛 교교한 추석날 밤에 아부지 이름을 이렇게 가슴속 깊히 숨겨 두었었는 데 달빛에 감겨 아부지를 찾네유

이렇게 막 되어가는 세상을 손주놈 들이 살게 될 까 맘이 상하네유

"저놈들은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려나..." 아부지가 우리를 보고 생각했던 그 생각을 지금 제가 하고 있네유

지가 아들하나 딸하나를 두었고 그 녀석 들이 둘씩 손주를 안겨 주었네유

아부지.. 술한잔 받으세유..아부지.. 이제야 이렇게 마주앉아 술한잔 올리네유.. 말씀은 읍으셔두 지를 바라보시는 사랑의 눈길은 가슴이 미어 지도록 가득 하네유.. 아부지 ...어무이 랑 같이 그 곳 에서두 잘 기시지유?

그 하늘나라 달빛이 아름답게 비치는 그 곳 에서 추석을 맞이하여 두분 생전처럼 다정하게 안녕히 계세유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 ....그냥 하염없이 아부지가 보고 싶네유

오늘 맴이 왜 이런가 모르겠네유 아부지...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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