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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민족주의자의 눈물.-

淸潭 2017. 3. 17. 10:56

-어느 민족주의자의 눈물.-

老학자는 지난해 가을 유서를 썻다고 했다 - - --- - - --

이 민족이 한 치앞 안 보이는 암흑의 길을 어찌 헤쳐 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숙연히 그의 이야기를 듣다 태극기 집회를 메웠던 백발노인들을 떠 올렸다.

눈보라 치고 비바람 불던 지난 넉 달 동안 그들은 휘청이는 몸으로 광장에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린 순간 가슴을 치며 혼절한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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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70대였던 그들은 분단과 전쟁, 가난과 산업화를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은퇴 후 풍요보다는 빈곤의 노년을 겪는 서민층이다.체제의 수혜자 혹은 기득권 세력과는

거리가 멀다.박전대통령이 인간적인 실수는 했지만 그것이 국란 수준으로 커져

나라를 흔들 일은,아니었다고 믿기에 뭉쳤다. 안보에 대한 위기감은 치명적이었다

김정은을 지도자로 인정하고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정치인보다는 차라리

박근혜가 낫다고 여겼다.사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가 위중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파면됐고 그들의 희망과 신념도 함께 유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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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통합은 쫓겨난 대통령이 아니라 승자라 자처한 사람들 몫이었다.

헌재 결정 직후 정치권이 합심해 박전대통령 사면을 결단했다면 나라의 격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임기중 파면으로 최고 형벌을 받은 대통령을 굳이 법정에 세워 태극 민심에 또 한번

상처를 내는 건 보복의 정치를 불러올 뿐이다.

노학자는 "우리는 유독 분열할 때만 민족과 정의를 앞세웠다"고 했다. - - - - - - - -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 차장 칼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