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검사, 내가 잘못했어"
오제도
우리는 어떤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야되는가?
우리에게 모범을 보인 선인들과 같이 '행동하는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교훈을 저에게 가르치고 그 분의 삶을 존경하고 따르게 했습니다.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할 때도 당파 싸움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안창호 선생님은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자기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앞세웠습니다. 무슨 단체를 만들면 자기가 최고지위에 올라앉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앞세우고 자신은 아래에서 떠받쳐 주는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런 리더십을 저는 어릴 때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안창호 선생님의 삶을 통해서 배운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고 싶은 '청소년들은 결국 어른이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덧붙혀서 말씀드리면 "암만 보잘 것 없고, 지위가 낮고,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그 하는 말이 옳으면 높은 지위에 있는 어른이라 하더라도 그 말을 받아드려라"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느 TV방송국에서 출연했을 때에 누구를 제일 잊지 못하느냐고 질문하길래 "이승만 대통령입니다"라고 대답하고 "그 분을 제일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하면서 15분간 얘기한 일이 생각납니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에겐 결함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그 분을 제일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6·25전쟁 전에 제가 하도 이름이 많이 나서 시기하는 사람들의 모함을 받았을 때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모함꾼들의 말을 듣고 이대통령께서 저 보고,
"그 동안 일 많이 했소. 공로가 많았으니 이젠 좀 쉬지."
그러시길래 제가 그 분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면서 대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로 제가 당연히 좌천 되는 것이었지만, 이기붕씨가 대통령을 찾아가 얘기를 해줘 좌천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또 저를 모함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제가 몇 년간 고초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공산주의자들이 자꾸 설치고 난리를 치니까 이대통령께서 간첩을 잡으라고 몇 번이나 담화문을 발표하고 장관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이 때 서울시내 대공담당관들이 "오제도 검사를 다시 복직시켜야 합니다." 라고 이대통령한테 진정 건의했고, 그때서야 이대통령께서는 비서들을 한명씩 불러 "오제도가 어떤 사람이냐?"고 다시 물었던 것입니다.
"이 사람은 안보만 생각하고 반공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것엔 아무 욕심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비서들의 말해 주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이대통령은 다시 저를 불렀던 것입니다.
"오 검사 다시 일해주시오. 검찰총장직을 맡아서 공산간첩을 잡어주게나."
"각하, 저는 못하겠습니다."
"왜 못하겟다고 하는 것이오?"
"그 전엔 제가 철이 없어서 제가 생명을 받쳐 일했지만, 저를 부질없이 모함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몇 년 동안 고생만 했습니다. 이젠 나라고 뭐고 생각않고 제 가정을 위해서만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누가 그랬오?"
"각하한테 가장 인정받고 반공의 혜택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럼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다 적어 오시오."
"그것도 어렵습니다. 만약 제가 이름을 적어 드렸다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면 아번에는 제가 아예 제기불능에 빠지도록 저를 철저하게 매장할 겁니다."
"아하! 그래. 그럼 나를 자주 만나서 얘기하면 될 것 아니오."
"제가 어떻게 각하를 자주 만나 연락을 드립니까?"
"비서보고 오제도한테 연락 오면 다 만나게 하라고 지시해 놓겠네."
이승만 대통령은 이 때 저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씀하시고는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조병옥, 장택상이라고 하면 당대를 뒤흔들던 거물급 정치가들이었는데, 이들도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는 허리를 구부리고 감히 고개를 못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카리스마적인 어른이 새파랗게 젊은 저한테 "내가 잘못 했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저는 정말 감격하다 못해 놀랬던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세상에 제일 정직하고 용감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자기 잘못을 알고 어린아이같이 젊은 사람, 아랫 사람한테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양심있고 용기있는 사람, 더 이상 위대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이승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저도 박정희 대통령한테 당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을 위대하다고 보는 이유는, 5·16이후 저는 억울하게 두 차례 수감되고 또 반혁명 1호로 낙인찍혀서 감시당해 박대통령을 두고 'ㅇㅇㅇ 사람' 이라는 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당시 백선엽 교통부장관이 찾아와 저녁을 사주면서 저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해서, 제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박대통령이 백장관을 저에게 보냈던 것입니다. 그 이후 박대통령이 저에게 잘 대우해주었습니다.
정말 큰 사람은 자기에게 반대했던 사람, 극력 반대 타도하겠다고 부르짖었던 사람을 관용을 베풀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썼다는 것입니다. 이게 쉬운 일입니까. 보통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사람은 참으로 크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큰 지식인'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사울은 예수를 믿는 사람을 핍박하고, 스데반을 돌로 쳐서 죽일 것을 지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사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썼습니다. 그 사람이 바울입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해방 후 간첩, 반국가사범을 민족적 아량으로 포용하여 전향시켜 크게 대우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런 사람의 행적을 가르쳐 주어야 하고, 어른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이런 관용, 큰 사랑을 베풀 줄 알아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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