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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소도둑

淸潭 2015. 12. 1. 10:32

그 소는 우리 아부지가 훔쳐온 소라구요

 

옛날 어느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바쁜 농사철이어서 어른들은 모두들 들에 일하러 나가고 넓은 집에 일곱 살 먹은 어린 아들이 혼자서 집을 보고 있습니다. 마침 그날은 소를 쓸 일이 없어서 소를 집안의 두엄더미 곁에다가 메어두고 품일할 이웃 청년 두 사람을 데리고 일을 나갔습니다. 농번기에는 사람들이 집에 잘 붙어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도둑이 마침 대낮에 소를 훔치러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소를 찾아다니다가 어느 집 앞마당에 누런 황소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소는 고삐를 맨 목덜미에 핑경이라고 하는 방울을 달고 있기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서 핑경소리만 듣고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소도둑은 어른들이 없는 빈 집 같아서 그냥 훔쳐가려고 집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집안에는 꼬마 녀석이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제법 소견머리가 있는 듯한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멋 적은 도둑놈은,

"얘야, 소가 필요해서 그러니 내가 잠깐 동안 소를 좀 쓰자구나. 소를 다 쓰고 저녁 무렵에 다시 몰아다 놓을께."

하고는 말뚝에 메어놓은 소의 고삐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소를 훔치러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습니다. 왜냐하면 마을 어른들은 다 낯이 익은 터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 아버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소를 몰고 가려는 걸 보면, 틀림없는 소도둑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도둑이야!"하고 소리를 질러봐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소리를 듣고 달려올 어른들이 이웃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농번기의 대낮에는 어른들이 모두 들일을 하느라 집에 붙어있을 겨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도둑놈을 향해 소를 빌려줄 수 없다고 하며 맞설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도둑놈이 말은 곱게 소를 빌려달라고 하지만 이미 제멋대로 소고삐를 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우격다짐으로 소를 몰고 갈 것이 뻔한 까닭입니다. 잘못 거부하다가는 자기마저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는 엉뚱하게 말대답을 하였습니다.

"아저씨, 그 소를 빌려가도 별 소용이 없을 겁니다."

"왜 소용이 없어?"

"아마 농번기에 일손이 딸려서 소를 빌려 가실 모양인데, 그 소는 우리 소가 아닙니다."

"누구 소라도 관계없단다."

"허허! 아저씨는 그렇게 제 말귀를 못 알아들으십니까? 그게 우리 소 같으면 왜 들에 몰고 가서 일을 시키지 않겠어요. 그 소는 우리 아부지가 어제 밤에 이웃마을에 가서 몰래 훔쳐온 소라구요. 잘못 몰고 나섰다가는 아저씨가 공연히 우리 아부지 대신에 소도둑으로 몰려서 잡히구 말겁니다."

"그래? 너희 아부지도 소도둑놈이라구?"

"글쎄, 소도둑인지 아닌지는 몰래도 어제 밤에 몰래 훔쳐온 소임에는 틀림없다구요."

"그럼 너희 아부지도 언제가는 이 소를 몰고 나가야 할 터인데, 그 때는 역시 소도둑으로 몰리구 말 것 아닌가?"

"천만에요. 우리 아부지는 남의 집 소를 몰고 와설랑 검은 소는 누런 소로, 누런 소는 검은 소로 만들기도 하고, 소뿔이 꼬부라진 놈은 곧게 펴기두 하고 곧게 뻗은 놈은 구부리기도 하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 변장을 시켜놓으면 소 임자가 봐도 자기 소인 줄 알아보질 못하닌깐 끄떡없지요. "

"그럼 이 소는 아직 변장을 시키지 않았단 말이냐?"

"그러니까 제가 붙잡힌다구 말렸잖아요. 어제 밤에 밤새도록 훔쳐왔는데 변장시킬 겨를이 있어야지요. 아마 오늘 저녁에 검은 소로 만들어서 내일은 장에 내다 팔 겁니다."

 

소도둑놈이 가만 들어보니, 정말 소를 그냥 몰고 갔다가는 어제 밤에 소를 잃은 집 사람들이 소를 찾아다닐 터이므로 자칫하다가는 붙잡혀서 꼼짝없이 봉변을 당할 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자기하고 동업자를 만났는데 소도둑질이 아무래도 한 수 위인 터이라 소를 변장시키는 기술을 좀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를 몰고 가는 것을 포기하고 소의 변장술을 배우고자 아이의 아버지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궁금한 사실을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얘야, 그 좋은 기술을 나도 좀 배울 수 있을까?"

"저는 어려서 못배우겠는데, 아저씨 같으면 하루 저녁만 배워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네 녀석이 너희 아버지한테 내가 소를 몰고 가려 했다고 일러바치면 나를 관가에 신고하지 않을까?"

"아저씨두 참! 내가 아저씨를 소도둑놈이라구 우리 아부지한테 일러바쳐도 우리 아부지가 바로 소도둑인데 우째 아저씨를 관가에다가 신고하겠어요? 그러다간 우리 아부지부터 붙잡혀가지고 징역살이를 해야 할 텐데요."

도둑놈은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자기도 소를 변장시키는 기술을 배워두면 소를 훔쳐서 팔아먹는데 아주 수월하리라 여기고, 같은 도둑놈끼리 어떠랴 싶어서 느긋하게 마루에 누워서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잠을 잤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주인내외와 품일을 같이 한 마을 청년 둘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얼른 뛰어나가서 마중을 하며 일러바칩니다.

"아부지, 이제 오세요. 저기 마루에 있는 사람이 우리 소를 훔치려 한 소도둑이랍니다. 제가 달아나지 않게 저렇게 잡아두었지요. "

"뭐 소도둑이라구? 네가 어떻게 잡아두었어?"

"아, 우리 소를 몰고 갈려 하길래, 이 소도 우리 아부지가 훔친 소라서 못 가져 간다구 그러고, 오늘 저녁에 이 소를 검은 소로 만들어서 내일 장에 내다가 팔 거라구 했더니, 이놈이 그걸 좀 배워가겠다구 여짓껏 기다리구 있습니다."

그 소리에 도둑놈이 놀라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지만 태연하였습니다. 제깟놈도 도둑놈인데 자기를 어쩌랴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하는 말도 모두 사실이었으므로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무 뜻밖의 일이라 반신반의를 하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아부지 얼른 저 놈을 잡아요! 잘못하다간 놓치구 말겠어요."

하고 재촉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도둑놈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간다고 생각하고 내빼려고 신발을 챙겼습니다. 그 순간 이미 아이의 아버지와 청년 두 사람이 도둑놈을 에워싸고 말았습니다. 도둑놈은 꼼짝할 겨를도 없이 잡히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밧줄로 손발을 꽁꽁 묶어두었다가 다음날 아침 관가에 신고를 하여 감옥에다가 고스란히 집어넣었습니다. 어린 아이지만 궁리를 하여 힘들이지 않고 소도 지키고 도둑까지 잡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http://limjh.and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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