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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張一非, 吾子也

淸潭 2015. 11. 29. 12:07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옛날 중국에 장로(張老)라는 부자가 있었는데, 슬하에 딸이 하나뿐이어서 데일사위를 삼았다. 얼마 후 장로의 첩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을 일비(一飛)라고 지었다.

 

일비가 네 살 되던 해에 다 늙어 죽게 된 장로가 사위를 불러놓고 당부했다.

“일비는 첩의 소생이라 내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네. 내 재산은 모두 자네 부부가 물려받아야 마땅하네. 하지만 저들 모자를 내쫓지 말고 굶지 않게만 해주게.”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사위에게 남겼다.

“장일비오자야(張一非吾子也) 가재진여오서(家財盡與吾婿) 외인부득쟁탈(外人不得爭奪)”

해석하자면 ‘장일비는 내 아들이 아니니, 가산은 모두 내 사위한테 준다. 그러니 외인은 쟁탈하지 마라.’(중국어 고문은 원래 띄어쓰기나 문장부호가 없이 모두 붙여 쓰지만, 장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으므로 사위는 이렇게 띄어 읽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사위는 아주 정당하게 장로가 남긴 재산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뒤 첩의 아들인 일비가 어른이 되자 관청을 찾아가 유산을 공정하게 분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위는 장인의 유서를 내 보이며,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하였고, 관청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흠차(欽差= 황제가 파견한 관리)가 그곳을 순회하게 되었다. 일비는 또다시 흠차(欽差)를 찾아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에 사위는 별수 있겠냐는 듯 흠차(欽差)에게 유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흠차(欽差)는 유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소리 내어 읽는 것이었다.

“장일비(張一非) 오자야(吾子也) 가재진여(家財盡與) 오서외인(吾婿外人) 부득쟁탈(不得爭奪)”

즉 해석하면 ‘장일비는 내 아들이니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 내 사위는 외부인이니 쟁탈하지 말지어다.’

이어 흠차(欽差)가 사위를 꾸짖었다.

“자네 장인은 분명히 사위는 외부인이라고 했거늘 어찌 그 아들의 재산을 독점하려 드는가? 자네 장인이‘飛’를자‘非’로 고쳐 쓴 것은 아들이 아직 너무 어리기에 자칫 자네의 마수에 걸려들까 봐 그랬던 것이네. (이놈, 飛자를 非자로 썼으니 네가 어린 처남을 죽이지 않았지. 그렇지 않았으면 네가 그 애를 살려 두었겠느냐!)

그리고는 장로의 모든 재산을 첩의 아들한테 넘긴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모든 사람이 모두 쾌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