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줄기세포

황우석 전 교수 "정부가 연구 재개의 기회를 주면 다시 시작하겠다"

淸潭 2014. 2. 12. 15:15

 

  •  

    황우석 전 교수 "정부가 연구 재개의 기회를 주면 다시 시작하겠다"

  • 중학생도 이해할 만큼 쉽게 과학기사를 쓰라고 요구하는 데스크들에..

황 전교수, 프리미엄조선과 인터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1번 인간 배아줄기세포(NT-1)’가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각) 특허 등록됐다. 황 전 교수는 “미국 특허 등록을 계기로 정부가 재연 연구를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으나, 국내 학계에서는 “이미 가치를 잃은 기술이라 특허 등록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왜 황우석 교수는 학계에서의 검증이 아닌 특허 등록을 통한 연구 재개를 노린 것일까.

황우석 전 교수가 이날 오랜만에 언론에 다시 등장한 계기는 이렇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이날 특허전자공시시스템에서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에서 유래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의 특허 등록(제8,647,872호)’ 사실을 공개했다. 출원인(出願人)은 황 전 교수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이며, 발명자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황 전 교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수의대 조교수, 류영준 강원대 의대 교수 등 15명으로 돼 있다. 모두 사이언스지 논문 저자들이다. 노성일 이사장은 “특허 출원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이름이 들어갔다”고 반발했다.
황우석 전교수의 미국 특허 서류.
황우석 전교수의 미국 특허 서류.
NT-1은 2004년 황 전 교수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핵을 뺀 난자와 다 자란 세포를 융합해 만든 복제 수정란에서 얻었다고 주장한 배아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 세포다. 황 전 교수는 당시 환자 자신의 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복제하면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치료방법이 없던 불치병 환자들에게 황 전 교수의 연구는 희망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번 미국 특허의 주요 내용은 NT-1 줄기세포주(물질특허)와 그 제조방법(방법특허) 등 두 가지다. 하지만 물질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미국 특허청이 NT-1 줄기세포가 실제로 복제된 것임을 인증한 것은 아니다. 국내 변리사들은 “특허청은 복제 여부를 확인해주는 곳이 아니다”며 “이번 특허는 황우석 팀이 주장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과, 그 기술로 만들어질 줄기세포에 대한 특허권이 그들에게 있다고 인정해 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즉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방법이 특허가 될 만한 독창성을 가졌다는 것이지, NT-1 줄기세포가 실제로 복제됐음을 검증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특허청은 NT-1 줄기세포를 기탁받지도 않았다. 부다페스트 조약에 따라 한국에 이미 줄기세포가 이미 기탁됐기 때문에 미국도 이를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특허 결정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김정범 울산과학기술대 한스쉴러줄기세포연구소장은 “황 전 교수의 복제 방식은 난자를 파괴할 수밖에 없어 윤리 논란이 많았다”며 “지금은 다 자란 세포를 바로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바꾸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황 전 교수 방식으로 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장은 “미국의 특허는 기술의 참신성만 보지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 연구진이 처음 분리한 배아줄기세포 자체에 대한 특허가 이미 등록돼 있어 복제 배아줄기세포 특허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NT-1이 복제가 아니라 난자 혼자 분화하는 단성생식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사이언스지는 이를 근거로 황 전 교수의 논문을 취소했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2007년 황 전 교수 측의 NT-1 특허 출원에 대해 거절 결정을 내렸다. 2008년에는 호주 특허청이 NT-1 줄기세포의 특허 등록을 결정했다가 바로 번복하기도 했다. 반면 캐나다 특허청은 2011년 NT-1에 대한 물질특허와 방법특허를 부여했다. 윤리문제로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한 특허를 불허하는 유럽연합과 뉴질랜드는 줄기세포 배양액에 대해서만 특허를 부여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
이렇듯 복잡한 사정 속에서 한동안 세상에서 잊혀졌던 황 전 교수는 최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지난달 경쟁적으로 황 전 교수의 근황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해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황 전 교수의 매머드 복제 연구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황 전 교수의 재기가 눈앞에 온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황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복제배아줄기세포의 미국 특허 등록이 결정된 11일 황 전 교수와 전화통화를 통해 그 단서를 알아봤다.

― 이번 특허 등록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찌됐건 미국의 정부기관인 특허청이 NT-1 줄기세포 자체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NT-1 줄기세포를 두고 복제가 아니라 단성생식으로 만들어졌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에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복제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 방법도 특허로 인정받았다.”

― 특허 등록이 NT-1의 복제 여부를 검증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제기한 특허 출원의 2번항의 복제 방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했다.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여기에 다자란 체세포를 주입하고 융합하는 기술, 그리고 융합된 세포가 배반포기로 자라고 여기서 내포세포덩어리를 추출해 결국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 전체다. 결국 이렇게 만든 NT-1 줄기세포의 특허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 애초 제기한 특허출원과 등록 내용은 다른데.

“미국 특허청은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액에 대한 특허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분리해서 출원하라고 권고했다. 그래서 배양액 부분은 이번에 등록되지 않았다.”

― 특허 등록 이후 어떤 변화를 예상하는가.

“지난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의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에 성공했다. 그들이 우리 특허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아마 복제법을 우리와 다른 식으로 만들었다고 할 것이다. 그럴 경우 특허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그들의 배양액은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배양액에 대한 우리 특허가 나중에 등록되면 그들도 우리 특허에 걸려들 수 있다.”
(학계에서는 미국 특허청의 복제배아줄기세포 특허 등록에 미탈리포프 교수팀의 복제 성공이 한 몫을 했다고 본다. 황 전 교수팀의 복제배아줄기세포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미탈리포프 교수의 복제배아줄기세포는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배아줄기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돼 황 전 교수의 특허 주장에 힘을 실었다는 의미다.)

― 앞으로의 계획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기대한다. 정부에서 복제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을 인정해서 재연 연구를 하라고 하면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과거에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속죄의 마음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겠다. 국가나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재연 연구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 요즘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동물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수년째 하고 있다. 만약에 사람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온다면 주저없이 바로 착수할 수 있기 위해서다. 동물은 가축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빈 손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네이처지는 지난달 14일 인터넷에 오른 황 전 교수의 근황을 소개한 기사에 대해 국내에서 연구의 재기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자 일주일 뒤 ‘황 박사를 회복시키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네이처는 ”황 전 교수는 전문가인 동료들이 그의 과학적 주장을 판단하게 하는 대신 특허청과 법원이라는 비과학적 경로를 택했다“며 “자신의 과학적 위상을 다시 세우고 싶다면 출발점은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는 인정을 받기 위한 특허 주장과 법적 노력을 그만 두는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