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탈리포프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난 수정란은 1개의 세포다. 수정란은 2세포→4세포→8세포→16세포…로 분열을 계속한다. 난할(卵割)이라고 한다. 수정된 지 5∼6일 지나 세포 수가 50∼150개에 달한 게 배반포다. 배반포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면 태아로 자란다. 배반포 안에 있는 내세포 덩어리(inner cell mass)를 분리해서 키운 게 인체 모든 세포로 자라날 배아(胚芽)줄기세포다. 기증받은 난자 126개 중 6개서 얻어내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사람의 수정란을 8세포기(期)에 이르게 하는 데는 기술상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8세포를 16세포로 분열시키는 과정에서 99% 이상의 학자들이 좌절을 겪었다. 8세포기가 유전자가 새로 활성화되는 시기여서다. 2005년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전 세계 5∼6개 연구팀이 8세포기를 넘어 배반포에 도달했지만 사용한 난자 수 대비 수율(收率)이나 상태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국 오리건 건강과학대학 쇼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이 같은 8세포 허들(hurdle)을 뛰어넘었다. 세계 최초로 복제된 배아를 이용해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셀(Cell)’지 인터넷판 15일자에 관련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성인 여성의 난자에서 유전자가 들어 있는 핵을 빼고 다른 사람 피부 세포의 핵을 넣었다. 이어 핵이 이식된 세포에 전기 충격을 가해 융합시켰다. 황 박사팀이 시도한 체세포 복제기술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수정란과 같은 복제 배아가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배아의 세포 수가 150개 정도로 자란 배반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치매·파킨슨병 등 환자 맞춤형 치료 새 길 미국에 거주하는 23~31세 여성 9명이 기증한 난자 126개가 연구에 사용됐다. 이 중 6개 난자에서 배아줄기세포가 얻어졌다. 이번 연구엔 유전성 신경대사질환인 라이병(Leigh’s disease)에 걸린 여성 2명의 난자도 이용됐다. 연구팀은 이처럼 환자 세포를 이용해 만든 배아줄기세포는 환자와 유전자가 똑같아 이식할 때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간 배아줄기세포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매·파킨슨병·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질병 치료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부소장은 “황우석 사태 이후 재현되지 않아서 잊힐 뻔했던 체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한 배아줄기세포가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일본이 주도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는 달리 유전자 조작을 거의 하지 않고 줄기세포를 얻었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 사태 이후 2007년 일본 교토 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면서 주목을 받았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피부 세포·뇌세포 등 다 자란 ‘어른’ 세포에 특정 유전자 4개를 집어넣어 다시 ‘아기’ 세포로 바꾼 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난자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배아줄기세포 못지않은 분화 능력을 보인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됐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는 “이번 미국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가 유도만능줄기세포 중심에서 배아줄기세포로 유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암 유발, 다른 조직 거부반응 없을지 의문 하지만 이번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도 윤리성·안전성 논란을 피해 가진 못한다.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배아줄기세포가 암을 일으킬 수 있으며 주변 다른 조직에 동화되기 힘들다는 근본적인 의문은 아직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복제 배아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핵치환 기술이 유전적으로 안정성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미탈리포프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윤리성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톨릭 의대 이동익(생명윤리) 교수는 “배아는 나중에 태아로 자라게 되므로 엄연히 생명이며 고귀함이 존중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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