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만취 노숙자 내다버린 역무원 `무죄'
"도덕적 비난 마땅하나 형사책임은 못물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혹한이 몰아친 날 만취상태의 노숙자를 무작정 역 밖으로 끌어내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철도역사 직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권태형 판사는 15일 한겨울 역 안에 쓰러져있던 노숙자를 구호조치하지 않고 바깥으로 내보낸 혐의(유기)로 기소된 한국철도공사 직원 박모(44)씨와 공익근무요원 김모(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철도역사 직원과 공익요원으로서 국민의 신체 건강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의무는 있지만, 구조를 요하는 사람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하는 경우'로 규정하는 형법상 유기죄로 이들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금은 고인이 된 한 노숙자는 피고인들의 적극적 구호조치가 있었다면 생사를 달리했을 수도 있다"며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법률적 의무가 없는 피고인들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이들이 도덕적 비난을 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작년 1월15일 오전 서울역 순찰을 하다 2층 대합실에서 술에 취해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채 쓰러져 있던 노숙자 장모(44)씨를 발견했다. 당시 장씨가 중상을 입은 사실을 몰랐던 박씨는 한 공익요원을 시켜 바깥으로 내보내도록 했다.
이후 또다른 공익요원 김씨는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장씨를 발견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서울역 구름다리 아래로 옮긴뒤 방치했고 장씨는 영하 6.5도의 추위 속에 부상이 악화해 사망했다.
검찰은 장씨가 추위 때문에 동사(凍死)한 것이 아니라 부상 때문에 숨졌고 박씨 등은 장씨가 다친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유기치사 대신 유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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