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맑고 밝은 삶으로] 오계의 향기

淸潭 2008. 3. 2. 22:10

오계의 향기

 

평등한 마음이 곧 계(戒)입니다. 일체 중생이 모두 여래(如來)의 덕성(德性)을 갖춘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으면 저절로 계를 지키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계의 기본정신은 자신으로부터 모든 악을 없애고 다시는 짓지 않으며(諸惡莫作), 자신으로부터 모든 좋은 일을 실천해 나가는 것(衆善奉行)입니다. 그러므로 계를 받아 지니게 되면 오근(五根; 안근·이근·비근·설근·신근)을 잘 지켜서 오욕(五欲; 색욕·성욕·향욕·미욕·촉욕)에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하는데 오근의 주인은 마음이므로 맹수를 다스리는 사람이 채찍을 휘두르면서 길들이고 물러나지 않는 것과 같이 계로써 마음을 길들이는 채찍을 삼아 오욕에서 지켜야 합니다.
마음의 독은 한번 퍼지면 독사보다 더 빠르고 그 피해는 악마나 원수보다 심하고 거센 불길보다 더 심합니다. 오늘날 모든 생명과 우주와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행복의 길, 평화의 길, 진리의 길로 가려면 오직 계를 배우고 받고 익히며 지켜야 합니다.
계에는 신분과 연령에 따라서 여러 형태의 계가 있는데 오늘은 재가불자에게 그 기본이 되는 오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오계를 낱낱이 설명 드리자면, 첫째는 불살생계(不殺生戒)로서 나 자신을 포함해서 어떤 생명체라도 자신이 직접 목숨을 빼앗지 않고 남을 시켜 빼앗지 않고 죽어가는 것을 찬탄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과학의 발달로 대량 살상 무기와 맹독성 약품 등이 있어 큰 죄업을 짓기 쉽고 인터넷에는 자살 사이트가 개설되어서 자살하는 방법, 동반자살을 찬탄하는 글들이 퍼져서 청소년 자살, 집단 자살 소동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람처럼 여러 생명을 골고루 살생하는 무리는 이 지구상에는 없습니다. 맹수도 잡아먹는 생명체가 몇 안 되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살생을 하지 않는데 사람은 취미로 사냥도 하고 낚시도 하며 살생을 즐기니 이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 무리입니까? 이 계를 통해서 좀더 깊이 우리 내면에 있는 무자비성과 폭력성을 뿌리뽑아야겠습니다.
둘째는 불투도계(不偸盜戒)이니 다른 사람이 주지 아니하는 물질을 빼앗거나 훔치지 않는 것입니다. 설사 자식이라도 부모가 주지 아니한 것을 탐하거나 제자가 스승의 것을 탐하는 것도 도적질이니 부모, 형제, 부부 등 가까운 인연일수록 더욱 주의해 살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정당하게 부여된 세금을 내지 않거나 나라 돈을 함부로 쓰는 것도 도적질입니다. 무릇 자신의 노력보다 남을 속이며 재산을 차지하는 모든 행위는 모두 도적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불사음계(不邪淫戒)이니 남녀관계를 인륜에 맞게 떳떳한 사이에서가 아니면 맺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불교도 중에서 재가신도는 일부일처(一夫一妻)를 근본으로 삼으니 모름지기 계를 지켜서 예의와 질서와 절도가 있는 가정을 가꾸어 가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 믿음이 있는 부모 품에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자녀들이 자라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 무절제한 애욕으로 불륜을 일삼아 가정이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남녀 함께 노력해야 하며, 인간이란 영혼과 육체가 합쳐서 한 개인으로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니 심신(心身)을 모두 청정히 지켜가야 합니다.
오늘날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할 남녀의 만남이 단순히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타락이 되었고 황금만능(黃金萬能)의 사회풍조가 전문적인 매춘사업(賣春事業)을 낳아서 청소년까지 매춘의 대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한탄스러운 현실입니다. 금욕적인 생활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서로 영혼의 교감을 이루고 서로 믿고 책임지는 남녀의 만남을 권합니다.
넷째는 불망어(不妄語)이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짓말에는 그 의미가 크고 작은 것이 있으니 대망어는 용서받지 못할 거짓말이며, 소망어는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짓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부처님의 제자로서 해탈하지 못한 사람이 해탈을 했다고 하는 경우는 대망어이고, 혹 다른 생명의 보존과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경우는 소망어입니다.
요즈음은 승속에 관계없이 도인(道人)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은 많은데 세상에는 그들을 도사(道士)나 도(導師)보다 도사(盜邪)라고 비아냥거림을 당하는 예가 허다하니 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대망어 죄인이야말로 사자가 죽으면 스스로 사자 몸에서 생겨나 사자를 갉아먹는 사자벌레와 같은 존재로 부처님의 열반 후 불법을 해하는 가장 나쁜 존재이니 결코 대망어인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또 소망어의 예로 시비 끝에 분함을 못 이겨 상대를 죽이려고 칼을 들고 덤비는 사람을 피해 도망 온 사람을 감춰놓고 쫓아온 사람이 물으면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소망어라 합니다. 소망어는 여망어(如妄語)라고도 하는데 큰 뜻을 위해 하는 작은 거짓말은 거짓말 같지만 허물이 없는 거짓말이라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입은 재앙의 문이다.”라고 하였으니 잘 지켜서 우리도 부처님께서 금강경(金剛經)에서 이르신 진어자(眞語者), 실어자(實語者), 여어자(如語者), 불광어자(不   語者), 불이어자(不異語者)가 되어야겠습니다.
다섯째는 불음주(不飮酒)이니 술 마시는 것을 삼가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취하는 것을 금하셨으니 취하면 온갖 허물이 다 생기는 법이라 술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앞의 네 가지 계를 다 파할 수도 있으니 실패 없는 수행을 위해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선악소기경(善惡所起經)에 음주에 따른 36가지 허물이 자세히 적혀 있는데,
허물의 첫째는 재물을 잃는 것이고,
둘째는 현세에 병이 많은 것이고,
셋째는 싸움을 하기 쉬운 것이고,
넷째는 살생을 더하게 되는 것이고,
다섯째는 화를 잘 내게 되는 것이고,
여섯째는 계획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일곱째는 지혜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고,
여덟째는 복덕을 쌓기가 힘든 것이고,
아홉째는 있는 복도 줄게 되는 것이고,
열째는 비밀들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고,
열한째는 사업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고,
열두째는 근심과 괴로움이 더하는 것이고,
열셋째는 감각기관이 둔화되는 것이고,
열넷째는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고,
열다섯째는 사문을 공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열여섯째는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열일곱째는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열여덟째는 불법을 공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열아홉째는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고,
스물째는 착한 벗을 여의게 되는 것이고,
스물한째는 음식을 항상 버리게 되는 것이고,
스물두째는 형제가 은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스물셋째는 음욕이 치성해지는 것이고,
스물넷째는 윗사람이 기꺼워하지 않는 것이고,
스물다섯째는 잔소리와 웃음이 느는 것이고,
스물여섯째는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스물일곱째는 권속이 싫어하는 것이고,
스물여덟째는 그릇된 법을 지니게 되는 것이고,
스물아홉째는 바른 법을 멀리하게 되는 것이고,
서른째는 어질고 착한 이를 공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서른한째는 과실을 자주 범하게 되는 것이고,
서른두째는 열반을 멀리 여의게 되는 것이고,
서른셋째는 미친 듯이 설치게 되는 것이고,
서른넷째는 몸과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이고,
서른다섯째는 나쁜 짓으로 방일하게 되는 것이고,
서른 여섯째는 목숨을 마치면 큰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세속의 점잖은 선비는 밤에도 술에 취해서 실수하는 법이 없거늘 도를 닦는다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술을 마시고 갖가지 허물을 지어서 되겠습니까? 차라리 끓는 구리물을 마실지언정 술은 먹지 않겠다는 뜻을 세워 실천해야 하며 특히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라의 대표적인 고승 중의 한 분이신 자장 율사(慈藏律師)께서는 “나는 차라리 단 하루를 살더라도 계를 지키다 죽을지언정 파계를 하고 백년 동안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吾寧一日時戒而死 不願百年破戒而生)”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얼마나 투철하신 정신이시며 칼날같이 단호하시고 엄격하신 가르침이셨습니까?
우리가 사는 것이 모두 인연으로 만나서 인과(因果)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단명하고 박복하고 천시 받고 어리석은 것도 모두 전생에 계를 소중히 하고 바르게 정진하지 않은 업보이니 대중께서는 수계 받은 공덕으로 만족하지 마시고 참회와 서원으로 계를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라도 세세생생에 범해 온 살생의 악업을 참회하며 방생을 통한 실천으로 선업을 쌓아 단명과 다병의 업보를 벗고 장수와 건강의 복을 누리며, 악독한 마음을 비우고 자비심을 발하며, 투도의 악업을 참회하고 보시를 실천하여 선업을 쌓아 도난과 가난의 업보를 벗고 풍요와 안락의 행복을 누리며, 탐내는 마음, 인색한 마음을 비우고 만족한 마음, 베푸는 마음을 기르며, 사음의 악업을 참회하고 순결 청정한 계행을 닦아 남녀간에 배신과 이별의 업보를 벗고 사랑이 넘치는 믿음이 굳건한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가야겠습니다.
또 망어의 악업을 참회하고 진실한 말, 지혜로운 말, 자비로운 말을 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참으로 진실해져서 상대에게 거짓이 없이 대할 때 상대 또한 나에게 거짓으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니 불자는 언행이 늘 진실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영혼이 혼탁해져서 정신을 맑고 또렷하게 가지고 정진할 수 없으니 공부에 큰 손해이고 육신도 병에 찌들어 훗날엔 후회밖에 남을 것이 없습니다.
수계를 받는 것은 마음 밭에 더욱 확실히 부처님 종자를 심는 최선의 복이니 한 계목 한 계목 소중히 받들어 지녀야 합니다.
길을 모르는 사람이 수덕사를 찾아오실 때 바른 지도만 구해보면 언제라도 찾아오실 수 있듯이 인생의 길을 가면서 계를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나아가면 결국엔 행복의 길, 해탈의 길, 성불의 길에 다다르게 됩니다. 먼 길을 갈 때 처음 뻗는 한 걸음의 방향이 중요하듯 수행자도 처음 입문하여 계를 지키는 방향으로 가느냐, 파하는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서 훗날에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계를 지켜서 마음과 입과 몸짓에 맑고 향기로운 연꽃의 모습을 그려냅시다.
우리 모두 오탁의 세상에 피어나는 연꽃으로 다시 피어나 이 세상을 장엄합시다.
                      
- 불교청년회 수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