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
[4] 탐식
마음껏 먹어라, 네가 먹힐 것이니
‘탐식’은 라틴어 ‘gula’에서 온 여성 명사로 과다하게 먹고 마시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톨릭의 ‘탐식’
가톨릭교회에서 ‘탐식’은 음식에서 쾌락을 찾는 무절제한 욕망입니다. 인간은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주위 사람들보다 음식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내보여서도 안 됩니다. 물론 아무 이유 없이 술에 취하는 것은 완전히 몰지각한 행동이며 대죄(大罪)라고 말합니다.
◆사막교부들의 금언
애보트 신부는 한 수사(修士)와 함께 식사 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은 최고의 음식을 내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수사는 단식 중이었습니다. 음식이 나오자, 수사는 콩 한 쪽을 집더니 천천히 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애보트 신부가 수사에게 말했습니다. “형제님, 남의 집을 방문할 때에는 당신의 고결함이 상대방에게 모욕이 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다음 단식 때는 식사 초대에 응하지 마십시오.”
◆현대의 탐식
현재 개발도상국의 기아 인구는 7억7천7백만 명에 달합니다. 1996년 열린 세계식량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목표수치(1990년부터 1992년 사이의 기아 인구 8억1천5백만 명의 절반)를 2030년까지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때문입니다. 고질적인 영양 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수가 1억9천4백만 명에서 2030년에 1억8천3백만 명으로 밖에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수피(Sufi) 우화 속의 ‘탐식’
현자 우와이스를 만나고 싶어하는 빵 굽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우와이스가 거지로 변장하고 그 빵집에 가서 빵 하나를 집어 먹었습니다. 그러자 빵장수는 그를 때리며 길바닥으로 내쫓았습니다. 이를 본 우와이스의 제자가 말했습니다. “미쳤군요! 방금 내쫓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했던 스승님입니다.”
빵장수는 깊이 뉘우치고서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우와이스 말이 자신과 제자들을 식사에 초대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빵장수는 그들을 근사한 식당에 데리고 가서 가장 비싼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식사 중에 우와이스가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이렇게 구별하는 걸세. 저 사람은 내가 유명하기 때문에 금화 열 냥을 들여가며 진수성찬을 대접하지만, 배고픈 거지에게는 빵 한 조각도 줄 수 없는 사람이라네.”
◆도덕경의 가르침
‘하나의 바퀴를 완성하려면 바퀴살 서른 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마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퀴 가운데의 빈 공간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유용한 것을 만들어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빈 공간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펴낸 ‘가톨릭대사전’의 ‘칠죄종(七罪宗·일곱가지 대죄)’ 항목엔 ‘탐식’을 ‘탐욕’으로 번역하고 있으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시리즈에서는 ‘탐식’으로 번역했습니다.)
'글,문학 > 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seven deadly sins)] 6 (0) | 2007.04.26 |
---|---|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seven deadly sins)] 5 (0) | 2007.04.26 |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seven deadly sins)] 3 (0) | 2007.04.26 |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seven deadly sins)] 2 (0) | 2007.04.26 |
[코엘료의 에세이 `일곱가지 대죄`(seven deadly sins)] 1 (0) | 2007.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