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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潭 2025. 7. 11. 14:28

정치는 친구도 동료도 없는 원수만 존재하나?

특검 칼날에 속수무책…사상 초유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가능성 커졌다

이혜영 기자2025. 7. 11. 12:31
 

내란 특검팀, ‘尹 최측근’ 진술 변화 끌어내며 구속영장 승부수
김건희·순직해병 특검도 김건희 수사 탄력…‘범죄의 재구성’에 속도
“김 여사도 영장 청구 대비”…‘尹 재구속’ 긴장 속 침묵하는 국민의힘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수인번호 3617'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대대적 수사로 '별의 순간'을 거머쥐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특검)의 칼날 앞에 무너졌다. 석방된 지 124일 만에 재수감된 윤 전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 신분을 오가며 두 번 구속되는 헌정사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하나 더 짊어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3대 특검 수사가 정당을 향해 진격해 옴에 따라 '윤석열'과 '김건희'를 금기어로 한 채 긴장 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증거인멸' 확실한 길목 노린 조은석 특검팀

수사 착수와 동시에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을 정조준한 내란 특검팀은 7월10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끌어냈다. 특검팀은 총 6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300쪽에 달하는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제 신병 확보에 사활을 걸고 전광석화의 속도로 '증거인멸 우려'를 하나둘 쌓아간 특검 앞에 윤 전 대통령은 이렇다 할 방어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법원이 5개의 범죄 사실과 관련한 8개 혐의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2평 남짓한 서울구치소 독방에 재수감됐다.

 

재구속 기로에 섰던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판사의 마지막 질문은 3개였다.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과 그 폐기 과정에서의 윤 전 대통령 역할 △비화폰 삭제를 지시했는지 여부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경호처에 총기 노출 순찰을 지시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두 차례 특검에서 진행된 대면조사 때와 동일하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구체적 발언이나 상황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사후 계엄 선포문과 비화폰 삭제,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이 모두 자신의 '지시'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고, 참모들의 '자체 판단'에 따른 행위였거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용 혐의부터 '증거인멸' 관련 범죄에 집중한 특검은 '키맨'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진술 변화를 파고들었다. 증거인멸 관련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말맞추기와 회유·압박 등 또 다른 '증거인멸' 행위가 진행된다는 점을 공략했다. 강 전 부속실장은 기존 조사에서 사후 계엄 문건 작성·폐기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지만, 특검 소환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반대로 김 전 차장은 비화폰 삭제 지시와 총기 소지 순찰 등에 대해 기존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가 특검 조사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실토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검은 두 사람의 진술 변화 사이의 공통분모에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입회 여부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 전 실장과 김 전 차장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윤 전 대통령을 변호한다는 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계속될 경우 '증거인멸 행태'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점을 부각했다. 재구속 열쇠를 쥐고 있던 측근을 변호인을 통해 '밀착 마크'하려던 윤 전 대통령의 시도가 오히려 구속 사유를 더 강화하는 '악수'가 된 셈이다.

 

7월9일 열린 구속영장 심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통해 "혼자 싸워야 하는 고립무원인 상황"이라며 수사선상에 오른 주요 국무위원이나 증인과 말 맞추기를 할 형편이 못 된다고 '기각 결정'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최장 20일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벌여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빠진 외환유치 의혹 등 외환죄 관련 혐의도 집중적으로 수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첫날인 7월1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구속돼 첫 수감됐을 당시에도 윤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전례가 있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구속 이후 윤 전 대통령 조사 방식에 대해 "사회 일반 인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직 대통령 신분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그 외에는 다른 피의자와 달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거부 시 강제구인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날인 7월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영장 기각"을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건희 여사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과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검)의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세 특검의 수사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정점으로 하는 만큼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와 신병 확보 시도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부터 치고 나갔다면, 다른 2개 특검은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전직 장관과 핵심 관계자들을 전방위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래에서부터 혐의를 충분히 다져올라간 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직접적인 포위망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으로 강제수사 신호탄을 쏜 김건희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부터 2022년 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 이전으로 16개 의혹을 겨냥한 '범죄의 재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의혹과 김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아무개씨의 '집사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가시화되면서 김 여사 측에 협찬과 투자금 형태로 거액의 돈을 건넨 기업들에 대한 뇌물 의혹 수사의 판도 확대될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과 순직해병 특검팀 수사선상에 모두 올라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순직해병 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VIP 격노설'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은 7월10일 이 전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인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 공범으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 명단에서 빼내는 등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VIP 격노설의 진앙지인 2023년 7월3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추적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해당 회의에서 채 상병 순직 수사 결과를 뒤집는데 대한 지시를 했는지, 이로 인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차원의 후속 대응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7월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마주한 김 여사는 현재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까지 구속되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 생활을 하는 헌정사 첫 사례가 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여사 측에서 변호인을 보강하고 있다며 "법리 다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에서)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별 문제가 없고, 삼부토건도 주가조작은 있었지만 김 여사는 무관하다고 한다"며 "(특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도로 기소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나머지는 충분히 방어가 되는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선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김영선 전 의원, 윤상현 의원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진격하는 특검…국민의힘, '인간띠' 대신 '침묵·거리두기'

3대 특검 수사가 힘을 받으면서 국민의힘에는 비상이 걸렸다. 안방을 향해 진격해 오는 특검을 바라보며 "야당 탄압" "정치 보복" 구호를 내걸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어게인'을 외치던 광장의 지지층에 '땔감'을 넣던 의원들도 내란 동조 의혹과 공천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가 확대되자 '인간띠'를 해제하고 '침묵의 띠'를 형성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7월9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윤 의원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돼 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윤 의원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업무방해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7월11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된다.

특검팀은 윤 전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와 함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자택 등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해 선거 및 각종 문서와 파일 등을 확보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4·10 총선 당시 현직 검사 신분으로 김 전 의원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출국금지하고 소환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이 윤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신병 확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커지자 여당에서는 '체포동의안 통과'를 공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특검의 수사 범위와 이후 확정되는 혐의에 따라 자칫 정당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각각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은 물론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대선 비용을 반납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위헌 정당 해산 심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 이후까지 사법리스크로 내몰았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은 국민의힘에 자충수로 돌아왔다.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10월 TV토론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데, 만일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 비용 약 394억원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명씨를 통해 불법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의혹도 수사 결과에 따라 당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 당일 통화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비상계엄 당일 행적과 국회 표결 방해 의혹도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수사에서 내란 동조나 방조 행위가 확인될 경우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 해산 심판대에 오를 수 있고, 설령 결과가 '기각'으로 나오더라도 '분열의 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로 갔던 '친윤계' 의원 45명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분' 분위기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위기에 놓인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구속수감되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 수사와 재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또 공정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