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연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도시의 열기와 소음을 뒤로하고, 오직 물소리와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들리는 공간.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에 자리한 ‘삼척 이끼폭포’는 그런 여름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다.
깊은 산속, 손길 닿지 않은 듯한 비경 속에 숨어 있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화이자, 오감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자연이다.
삼척 이끼폭포

삼척 이끼폭포는 강원 삼척의 명산 육백산 능선 아래, 도계 무건리의 계곡 깊은 곳에 숨어 있다. 한때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험한 산세와 빽빽한 숲이 이 폭포를 오랫동안 세상에서 숨겨놓았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원시림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바위와 절벽을 감싼 짙은 초록빛 이끼는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광경을 연출한다.
햇살이 이끼 위로 떨어지고, 폭포수가 흩뿌리는 물방울이 그 위를 부유할 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색감과 분위기가 완성된다.

무건리 이끼폭포는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명소’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길이 없고, 안내도 없고, 오직 현지인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던 공간.
그러나 최근 들어 SNS, 사진 작가들의 포토 스팟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조용한 붐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업적 시설이 거의 없는 이곳은 진짜 자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이끼가 가장 푸르고 왕성하게 자라는 6월부터 8월 사이, 무건리 이끼폭포는 그야말로 초록의 정점을 찍는다.
주변의 습도, 햇빛, 공기의 흐름까지 이끼에 최적화된 자연의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는 장관은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경관이 아닌, 전신으로 느끼는 체험이다.

삼척 이끼폭포는 단독 목적지로도 훌륭하지만, 육백산 트레킹과 함께 떠나면 그 매력이 배가된다.
육백산은 정상 부근이 평탄하여 ‘조 600석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산으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세를 자랑한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두리봉과 삿갓봉을 지나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계곡 아래로 폭포를 암시하는 소리와 습도가 느껴진다. 숲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내려가다 마주하는 이끼폭포는, 접근 그 자체가 하나의 ‘탐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