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潭 2025. 6. 15. 11:03

내 돈

70 좀 넘은 한 노인은
평생 악착같이 돈을 벌어
쓸 일만 남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잠을 자다 영영 잠들어 버렸습니다.

잠에서 깨면서

“여기가 어디지?
내 집이 아닌 거 같은데...”

칼 든 무서운 존재가 말해 줍니다.

“여기는 저승이다.”

뭣이라? 저승?
난 아직 저승 올 때가 안 됐는데...

부자 노인은
염라대왕께 눈물로
애걸복걸 하소연합니다.

“염라대왕님!
소인은 자다가 우째 여기 왔는가 본데,
예정에 없던 일입니다.
하오니 돌려보내 주십시오.
모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염라대왕이 대답했다.
“그것도 네 운명이니라.”

“아이구, 염라대왕님!
운명이고, 나발이고,
가족과 고별 인사할 시간도 없었고,
재산 정리도 못 했습니다.
얼떨결에 왔나 봅니다.
실수인 듯하오니
취소시켜 주십시오.

벌어 놓은 돈이라도 좀 쓰고 올 시간을,
딱 일 년만 좀 주십시오.
돈을 벌게 했으면 쓸 시간도 주셔야지,
얍삽하게 자는 사람을 데려오다니
이게 뭡니까?”

“내가 네게 네 번, 다섯 번이나
돈 쓸 기회도 주지 않았느냐?”

“언제요?
눈치, 코치라도 주셨나요?”

“니 말대로 눈치, 코치 줄 때마다
너는,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변장만 자꾸 하지 않았느냐?”

“그게 뭔데요?
언제요?”

“첫 번째는,
세상 떠날 날이 가까우니 일찍부터 준비하라고,
네 검은 머리에 흰색으로 신호를 주지 않았더냐?
그랬더니 너는 까만 색으로
먹칠을 해 대더구나.

두 번째는
네 시력이 나빠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드니까,
안경, 콘택트로 변장해 젊은 척만 하더구나.

세 번째는,
이젠 좀 덜 먹고 몸도 줄여서
세상살이 끝낼 날 대비하라며 치아를 흔들었더니,
너는 임플란트니, 틀니니 하면서
또 나를 속이더구나.

네 번째는,
번 돈 쓰고 싶으면 써라.
무릎 아프면 걷지도 못하노라.하고
관절을 아프게 했더니,
인공관절이란 걸로 또 변장하더구나.”

대왕 왈,
“이렇게 확실히 눈치 주고, 코치까지 줬는데도
뭐가 그리 억울하냐?”

노인 왈,
“억울하다마다요.
그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하는 유행입니다, "유행"
대왕께서 쫀쫀하게 뭘 그걸 따지십니까?”

대왕 왈~,
“다섯 번째는
네 체력이 달려서 일할 때
젊을 때보다 힘들지 않더냐?
그건 죽을 날이 눈앞에 온 줄 알라고 경고했지만,
너는 영양제니, 보약이니 하는 걸로
또 수명 연장을 노리더구나.”

“아니 대왕님,
그런 건 확실하게 구두로, 말로 해야지
소인이 그걸 어찌 알 수가 있나요?
아무래도 자는 사람을 끌고 오는 방법은
너무 비겁하지 않나요?”

염라대왕 왈~,
“그럼 너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선한 일 한 적 있느냐?”

“없습니다.
가난한 인간은 게으른 탓인데,
그런 인간을 왜 도와줍니까?”

“어려운 사람을 도운 돈도
자신을 위해 쓴 돈으로 인정해 주려 하니
너는 그것도 하나 없구나.

너는 소처럼 일했으나
돼지처럼 살았구나.

돈이 아까워 벌벌 떠는
소인배로 살았으면서
뭔 이유가 그리 많으냐?
제 잘못을 대왕한테
떠넘기는 배짱 좋고 뻔뻔한
놈은 또 처음이구나.

너는
일하는 걸 좋아했으니
저승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황소가 되어 살거라.
이상으로 판결 끝~”

그러자 노인 왈~,
“아이구, 아까워라!!!
내 돈, 내 돈,
뼈 빠지게 버느라고
고생만 죽어라 했는데,
100만 원짜리 옷도 한번
못 입어 보고,
해외여행도
한번 못 가보고~,
아이고,
억울하고 아까워라!
아이고,
아깝고 원통해라!!!”
내 돈이란,
‘내 살아있는 동안 쓰고 가는 돈’
그 돈만이 내 돈...

※ 어허, 이거 큰일나지 않았나
무릅아픈게 네번째 신호였다니~
친구님들 내 글 안 올라오면
잡혀 간줄아이소~ㅎ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