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전가잡요〔田家雜謠〕 / 정종로(鄭宗魯)
淸潭
2025. 5. 27. 12:36
입재집 제1 권 / 시( 詩)
동풍 부는 정월은 얼음이 여전히 단단하니 / 東風正月凍猶堅
적적한 삼린들은 모두 잠자는 것 같아라 / 寂寂三鄰總似眠
북쪽 마을 상농부는 홀로 일찍 밭을 갈려고 / 北里上農耕獨早
건장한 소 몰고 볕드는 밭에 먼저 가 보네 / 健牛先試向陽田
홀연 집의 남쪽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 듣고 / 忽聞布穀舍南啼
허리춤의 반쯤 짜던 짚신을 바삐 내던지네 / 忙擲腰間半織鞋
이월에 봄밭 갈기에는 때가 이미 늦었으니 / 二月春耕時已晏
소를 질타하며 물 서쪽 제방 향해 재촉하네 / 叱牛催向水西堤
삼월의 평평한 밭엔 푸른 보리 가지런하고 / 三月平田翠麥齊
그 가운데 골을 타서 세세히 쟁기질하네 / 就中開畝細行 犂
토양에 맞는 가지가지 씨를 뿌려 흙을 덮고 / 色色播耰宜土種
자라는 대로 수확하겠노라 처와 약속하네 / 隨成隨穫約箕妻
보리타작하고 이어서 외상 술 몇 병 사 와서 / 打麥仍 賖 酒數甁
홰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담소하는 촌 장정들 / 槐陰環坐語村丁
이렇듯 타작한 마당에 술 한잔 해야겠지만 / 且須及此登場飮
내일 관가에 보내면 반드시 남지 않으리라 / 明日輸官未必贏
긴 이랑에 김매러 와 함께 머리 가지런히 해 / 鋤來長畝共齊頭
높고 낮은 손의 기세 잠시도 쉬지 않는구나 / 手勢高低不暫休
짐짓 눈앞에 있는 잡초 다 없앨 생각하느라 / 且向目前思盡草
풍년 들 가을 생각할 마음의 겨를도 없네 / 一心無暇念登秋
농부가 김 다 매고 밭 언저리서 들밥 먹으며 / 野翁耘罷 饁 田頭
한낮에 홰나무 그늘에서 함께 앉아서 쉬네 / 亭午槐陰共坐休
매일 배불리 먹고 세금 징수할 날은 머니 / 每日飽 湌 徵租遠
여름살이가 가을살이보다 낫다고들 말하네 / 自言逢夏勝逢秋
밭 언저리서 물을 움켜 호미 머리 씻으니 / 田頭掬水洗鉏頭
유월의 김매는 일 일찍 마칠 수 있었구나 / 六月耘功得早休
인력은 단지 농사에 힘 다하게 할 뿐이고 / 人力但敎農力盡
시기와 절서에 맡겨 절로 자라 추수하리 / 任他時序自成秋
푸른 모의 논두렁과 보리밭 머리에는 / 綠秧畦畔麥田頭
한낮에 마을 노인들 함께 앉아 쉬네 / 日午村翁共坐休
농사일을 한바탕 한가히 점치고 나서는 / 年事一場閒占罷
웃으며 풍년 흉년은 중추에 판가름 난다 말하네 / 笑言 豐 儉判中秋
서쪽 교외에 가을빛이 일시에 황금색이니 / 西郊秋色一時黃
이웃 노인 재촉해 불러 일찍 추수하라 하네 / 催喚鄰翁早滌場
지난밤 갑자일에 가랑비가 내렸으니 / 小雨前宵來甲子
벼에 싹이 나면 굶주린 배를 어찌할까 / 穀如生角奈飢腸
베어 온 새 벼가 푸른 것 누런 것이 섞였는데 / 刈來新稻雜靑黃
흙 가마솥에 찌기 어려워 다시 햇볕에 말리네 / 土 銼 艱蒸又曬場
서둘러 어른에게 밥 드리라 아내 꾸짖지 마오 / 催飯丈人休叱婦
그대와 마찬가지로 배가 고파 괴로울 테니 / 與君同是苦飢腸
벼는 마치 금단처럼 알알이 황금빛이니 / 稻似金丹粒粒黃
아이 불러 수곡장을 세밀하게 비로 쓸라 하네 / 喚兒 攜 帚細收場
정녕코 산새가 쪼아 먹게 하지 말아야지 / 丁寧莫遣山禽啄
산새가 꼭 주린 창자에 들어오는 건 아니니 / 未必山禽入餓腸
띠를 엮어 지붕 덮고 바람에 날릴까 두려워 / 編茅覆屋怕風飄
새끼를 겹겹이 묶어서 십자로 교차시켰네 / 綯 索重重十字交
문득 늙은 까마귀가 교묘히 찾아 새끼 먹이느라 / 却有老烏探鷇巧
천 개 구멍 쪼아 만들고 배불러한 적이 없네 / 啄成千孔不曾饒
땔나무 지고 눈길 지나매 뺨에 땀이 흥건한데 / 負薪穿雪汗霑 腮
어느 마을에 가서 팔아서 쌀을 구해 돌아올까 / 去賣何村得米迴
지난 저녁 밥 못해 스스로 굶주림 달게 여김은 / 向夕不炊甘自餓
다음 날 아침에 세시 술잔을 올리려 해서였네 / 明朝擬薦歲時盃
[ 주-D001] 삼린( 三鄰) :
이웃을 의미한다. 《백호집》에 “ 서에 ‘12 주를 처음으로 만들고, 12 사를 두었다.’ 했는데, 대전에 ‘ 옛날에 사를 두는 제도는 팔 가가 인이 되고, 삼 인이 붕이 되고, 삼 붕이 리가 되고, 오 리가 읍이 되고, 십 읍이 도가 되고, 십 도가 사가 되니, 주에 십이 사를 둔다.’ 하였다.[ 書曰肇十有二州, 州十有二師. 大傳, 以爲古之處師也, 八家爲隣, 三隣爲朋, 三朋爲里, 五里爲邑, 十邑而爲都, 十都而爲師, 州十有二師焉.]” 라고 한 말이 있다. 《白湖集 卷24 漫筆》
[ 주-D002] 처 :
원문은 ‘ 기처( 箕妻)’ 로, 기추첩( 箕箒妾) 이라는 말이 있으니, 이는 아내의 일을 의미한다. 《한서( 漢書) 》에, 여공( 呂公) 이 고조( 高祖) 에게 “ 신에게 여식이 있는데 기추첩으로 바치기를 원하옵니다.[ 臣有息女, 願爲箕箒妾.]” 라고 하였는데, 청소( 淸掃) 의 일을 맡는다는 뜻으로 겸손히 하는 말이다. 《漢書 卷1 高帝紀》
[ 주-D003] 추수 :
원문은 ‘ 척장( 滌場)’ 으로, 《시경( 詩經) 》 〈칠월( 七月) 〉에 “9 월에 서리가 내리면 10 월에 추수를 마치네.[ 九月肅霜, 十月滌場.]” 라고 한 데서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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