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작은 벌레 10장 / 신경준(申景濬)

淸潭 2025. 5. 26. 20:36

작은 벌레 10/ 신경준(申景濬)

 

여암유고 제1 / ()

작은 벌레 10장 경자년(1780, 정조4)〔小蟲十章 庚子〕

 

개구리〔蛙〕

들판 흐르는 못물에 떼로 다퉈 노래하고 / 群呼競唱野塘流

머리엔 비단옷 쓰고 하얀 배는 불룩불룩 / 皤腹彭亨錦襖頭

밤새도록 급급하게 서로 뒤질세라 울더니 / 汲汲終宵如不及

무슨 까닭에 해가 뜨자마자 모두 그쳤나 / 緣何日出一齊休

 

개똥벌레〔螢〕

처음엔 유성이 집 동쪽에 떨어졌다 여겼는데 / 初謂流星落屋東

다시 보니 버들개지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듯 / 更疑柳絮泛輕風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들자 / 太陽杳杳西歸後

석양빛에 보태주려는지 풀 속에서 나왔도다 / 欲補餘光起草中

 

개미〔蟻〕

구중궁궐 크다 해도 깊은 구멍 하나이고 / 九闕崔嵬一竅深

방기천리 넓다 해도 늙은 홰나무 숲이네 / 邦畿恢拓老槐林

달고 맛있기론 여왕벌이 모은 것만 못해도 / 美甘不似蜂王積

신민을 잘 부려 예나 지금이나 지켜왔도다 / 能使臣民保古今

 

매미〔蟬〕

바람 가지 이슬 잎에 길이 서로 의지하여 / 風枝露葉永相依

울어대느라 고운 해 더딘 줄도 모르구나 / 不知姸日遲

멀리서 높은 기풍 접해도 사람들 보지 못하고 / 遠挹高風人不見

나무 밑을 서성대며 한참 동안 서 있노라 / 徘徊樹底立移時

 

귀뚜라미〔蛬〕

귀뚤귀뚤 처량한 소리 깊은 가을을 울리니 / 喞喞寒聲動九秋

쫓겨난 아내 외로운 나그네 모두 시름겹네 / 屛妻孤客一時愁

신음하며 읊을 일 뭐기에 빈 벽에 붙어있나 / 苦吟何事棲空壁

창공에서 노니는 잠자리를 한번 보시게나 / 試看蜻碧落遊

 

거미〔蛛〕

배 속에 품은 경륜 너 같은 이 드물리니 / 腹裏經綸似爾稀

거미줄 허공에 걸고 나는 듯한 권세로다 / 遊絲碧落勢如飛

곳곳에 그물 쳐져 산과 바다에 가득해도 / 網羅處處彌山海

작은 벌레 덫 놓아 기뻐한다 말하지 마오 / 莫道微蟲喜設機

 

나비〔蝶〕

봄이면 분 바른 날개로 좋은 연분 맺어주고 / 春於粉翅許香緣

잠시 가지 끝에 있다 홀연 하늘로 날아가네 / 乍在枝頭忽向天

울긋불긋 꽃 핀 산과 들 이미 다 보았으니 / 野紫山紅看已盡

해당화를 어느 곳에서 신선이라 부르는가 / 海棠何處號神仙

 

파리〔蠅〕

널 좋아하는 사람 없고 미워하는 이 많아 / 愛爾人無憎爾多

어질고 너그러웠던 구공도 너를 탄식했지 / 歐公仁厚亦云嗟

사람의 미움과 사랑 모두 자신 때문이거늘 / 令人憎愛皆由我

고치지 않고서 앵앵거리는 너를 어이하리 / 不改營營奈爾何

 

모기〔蚊〕

송곳 같은 쇠주둥이 저녁바람 불면 나불대고 / 鐵嘴如錐鬧晩風

잠깐이면 배 속 붉은 피로 가득 채울 수 있네 / 片時能得滿腔紅

가련하게 하얀 팔에 피로 물들이며 터졌으니 / 可憐玉臂驚新濺

한 점의 불그레한 상처는 흡사 수궁사로다 / 一點丹痕似守宮

 

총괄하여 읊다〔總吟〕

곤어 붕새를 칠원 이전에 누가 말했나 / 鯤鵬誰說漆園前

기이한 글 과장하길 좋아해 말년에 적었네 / 好大奇文載末年

우리가 벌레를 읊음이 어찌 자질구레하랴 / 吾輩賦蟲何瑣細

한 바탕 읊고 웃는 사이에 봄잠 깨우리라 / 一吟一笑破春眠

 

[-D001] 방기천리(邦畿千里) :

《시경》 〈상송(商頌) 현조(玄鳥)〉에왕도(王都) 천리는 백성들이 살 만한 곳이라.[邦畿千里, 惟民所止.]” 하였다. 기전(畿甸) 또는 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D002] 경륜(經綸) :

잘 다듬은 누에 실을 이르는 것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포부와 재능 또는 정치적인 식견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D003] 해당화를 …… 부르는가 :

당나라의 정승 가탐(賈耽)이 지은 《백화보(百花譜)》에서 해당화를 화중신선(花中神仙)이라 했다.

[-D004] 구공(歐公)도 너를 탄식했지 :

구공은 송나라 때 문장가 구양수(歐陽脩, 1007~1072)를 가리키는데, 일찍이 〈증창승부(憎蒼蠅賦)〉를 지어 파리 때문에 생긴 괴로움을 읊었다.

[-D005] 수궁사(守宮砂) :

진나라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에 따르면 주사(朱砂)를 먹여 기른 도마뱀을 짓찧어 만든 것을 부녀자의 팔뚝에 바르면 정조를 지킨 여인은 물에 씻기지 않으나 정조를 잃은 여인은 씻긴다고 하였다. 《五洲衍文長箋散稿》 〈守宮砂辨證說〉

[-D006] 곤어 붕새〔鯤鵬〕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곤이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는데, 붕의 등이 몇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라는 말이 나온다.

[-D007] 칠원(漆園) :

칠원리(漆園吏)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칠원 지방의 관리를 이르는 말이다. 일찍이 《장자(莊子)》의 저자 장주(莊周)가 칠원의 관리를 지냈으므로 장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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