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아들을 곡하다. / 李山海

淸潭 2025. 6. 8. 09:53

아들을 곡하다. / 李山海

아계유고 제2 / 기성록(箕城錄) ○ ()

 

네가 어이 나를 버리고 떠나 / 汝何棄我去

홀홀히 나를 돌아보지도 않느냐 / 邁邁不我顧

울며 가슴 쳐도 너는 알지 못하고 / 哭擗汝不知

목 놓아 불러봐도 너는 깨지 않네 / 長呼汝不寤

네가 간 지도 어언 반달이 지났건만 / 汝逝已半月

어이 한 번 꿈속에도 오지 않느냐 / 胡不一入夢

정령이 어찌 지각이 없으랴마는 / 精靈豈無知

나의 슬픔 더할까 봐 걱정해서겠지 / 恐我增摧慟

경진년에 네 형을 곡할 당시엔 / 庚辰哭汝兄

지하에 함께 못 묻힘이 한스러웠는데 / 恨未同入地

이듬해 봄 다행히도 너를 얻어 / 翌春幸得汝

슬픈 심정이 자못 위로되었었지 / 哀情頗自慰

아침저녁으로 장성하기를 바랐나니 / 朝夕冀長成

얼마나 마음 쏟아 지성껏 가르쳤던가 / 何心勤訓誨

네 나이 겨우 열 살이 지나자 / 汝齡纔過十

훤칠하게 또래들 중에 빼어났었지 / 頎然出同隊

지난해 뜻밖에 전란을 만나서 / 前歲値喪亂

열 식구가 산 속으로 피신할 적에 / 十口竄林谷

허둥지둥 네 어미와 누이를 따라 / 遑遑隨母妹

천리 먼 이곳 유배지로 찾아왔었지 / 千里尋遠謫

갖은 고초 겪으며 높은 재를 넘고 / 間關踰峻嶺

주림 목마름 참으며 산길 물길 지나 / 跋涉忍飢渴

황보촌에 와서 산 지 삼 년 동안 / 三年黃保里

죽으로 끼니 때워도 탈이 없기에 / 粥幸無恙

네가 맘껏 뛰놀게 내버려두고 / 任汝恣遊嬉

네가 건강한 게 마음 든든했었지 / 恃汝尙康壯

다리 아픈 것쯤 걱정하지 않았더니 / 脚痛吾不憂

마침내 위독해질 줄 누가 알았으랴 / 誰知竟危劇

여드레 만에 기운이 실낱같더니만 / 八日氣如線

가물가물 점점 끊어지려 했었지 / 奄奄漸就絶

사람들은 삿된 귀신이 붙었다 했지만 / 人疑邪作崇

허탄한 소리라 나는 듣지 않았고 / 誕妄吾不許

어떤 이는 종기가 안에서 생겼다 해도 / 或言腫內發

이 말 역시 근거없다 믿지 않았지 / 此說亦無據

맥을 짚어보아도 아무도 병을 모르니 / 證脉皆不識

무슨 수로 좋은 약인들 쓸 수 있었으랴 / 何由試良藥

완연한 너의 이목구비가 / 宛宛汝眉目

내 옆자리에 항상 있는 듯하고 / 如在吾坐側

낭랑한 너의 웃음소리는 / 琅琅汝笑語

먼저 간 네 형들과 노는 듯하네 / 如對兩兄謔

해 저물면 너 오길 기다리고 / 日暮待汝歸

밤 깊으면 널 불러 함께 잤지 / 夜深呼汝宿

때때로 네가 죽은 줄도 잊고 지내다 / 時時忘汝死

소스라쳐 문득 정신이 들곤 한단다 / 翻然忽驚覺

통곡해도 소용없는 줄 익히 알지만 / 固知慟無益

너무도 사랑했기에 억누르기 어렵구나 / 情鍾難自抑

죽음에 어찌 나이의 선후가 있으랴만 / 死豈有先後

죽지 못한 이 몸 슬픔이 끝이 없단다 / 未死情未了

네 형이 겨우 스무 살에 죽더니만 / 汝兄二十亡

지금 너는 열네 살에 요절하였구나 / 今汝十四夭

아들을 잃은 사람 물론 많겠지만 / 人孰不哭子

누가 나처럼 참혹한 슬픔 겪었으랴 / 誰如我偏酷

내가 평소에 악한 업을 많이 쌓아 / 平生吾積惡

겹친 재앙을 이렇게 불러들였구나 / 致此殃禍沓

무주공산에다 너의 널을 묻고서 / 空山寄旅櫬

향화를 사르고 한 번 곡을 하노라 / 香火時一哭

네가 놀던 곳에는 동풍이 불어와 / 東風舊遊地

풀은 지난해처럼 이렇게 푸르건만 / 草如去年綠

너는 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 汝去不復廻

이내 가슴이 어이 찢어지지 않으랴 / 如何不摧裂

조만간에 성은을 입고 사면되거든 / 倘蒙恩

말을 빌려 너의 유골을 싣고 가서 / 貨馬載汝骨

고향 산에 돌아가 고이 안장하고 / 歸葬故山土

나 죽거든 너와 한 산기슭에 누우련다 / 死後同一麓

나의 소원은 오직 이것뿐이지만 / 志願止此足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음을 어이하리요 / 人事柰難必

넋은 어디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리니 / 魂去無不之

네 형을 찾아가 함께 잘 지내려무나 / 尋兄好追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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